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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대 이후 무역구조 변화와 경제안보에 대한 함의

2025.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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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성훈 공급망연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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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관세, 트럼프, 관세... 하루가 멀다하고 미국발 관세 뉴스가 쏟아지고 있죠.
관세도 중요하지만, 사실 우리나라 무역에는 더 근본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이 부분이 해결되지 않으면, 트럼프가 아닌 다른 미국 대통령이 나와도
관세 폭탄에 우리 무역이 휘청일 수 밖에 없습니다.
그 이유를 KDI가 설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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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관세, 트럼프, 관세...
하루가 멀다하고 미국발 관세 뉴스가 쏟아지고 있죠.

관세도 중요하지만, 사실 우리나라 무역에는 더 근본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통상 협상이 잘 마무리되더라도 
우리 경제안보는 계속 불안정할 수 밖에 없습니다.

한국의 무역을 말할 땐 중국을 빼놓을 수가 없죠.
그런데 최근 들어 중국과의 관계가 예전 같지 않습니다.

201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우리가 중국에 반도체, 정밀기기, LCD, 기계류 등을 활발하게 수출하면서
엄청난 흑자를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2015년 한-중 FTA 이후 중국산 수입이 계속 늘면서,
2023년부터는 대중 무역수지가 적자로 돌아섰습니다. 

반대로 지금은 미국과의 무역에서 가장 많은 흑자를 내고 있는데요,
2020년부터 자동차, 반도체, 기계류 같은 일부 품목 수출이 크게 늘어난 덕분입니다.

이런 흐름 때문에 최근 십 여년 간 우리나라는 
수출은 미국에, 수입은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점점 더 커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다른 주요국들과 비교해 봐도,
우리 무역은 특정 국가와 특정 품목에 많이 쏠려있는 편이죠.

어쩌다 이렇게 된 걸까요?

(저자 인터뷰)
중국이 정부 주도로 제조업 경쟁력을 높이면서 공급망을 내재화한 데다가, 한·중 FTA로 우리 시장이 더 개방되면서 전반적으로 순수입이 늘었고, 미국에서는 정부의 제조업 지원 정책과 우리 기업들의 현지 투자가 맞물리면서 수출이 확대된 것으로 보입니다. 2018년 미·중 무역전쟁은 이런 추세가 가속화된 계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결국 최근 우리 무역의 변화는 미국과 중국의 산업정책 변화, 그리고 두 나라 간의 지정학적 갈등이라는 구조적 요인이 크게 작용한 것이죠.
이렇게 미·중 갈등과 자국 우선주의가 지속되면, 예전처럼 여러 나라가 협력하면서 경제적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환경을 기대하기가 어렵습니다. 오히려 효율성을 일부 희생하더라도 경제의 자율성과 안정성을 지키는 방향으로 무역 전략을 수정할 필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전세계적으로 무역 환경이 달라지면서
미국과 중국, 그리고 소수 품목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진
우리나라 무역구조의 리스크도 커진 건데요,
경제 안보의 관점에서 고려해야 할 점들이 있습니다.

(1. 대미 수출, 잘 나갈수록 관세 표적이 될 수 있다)
최근 미국은 대미 수출 효자품목인 자동차와 가전제품에 대해
추가 관세를 예고했습니다.
공교롭게도 미국의 최대 적자 품목 세 가지가
우리의 수출 효자 품목과 정확히 겹칩니다.
이런 구조 때문에 트럼프가 아닌 다른 대통령이 와도 표적이 될 수 있는 거죠.

(2. 중국의 공급망 장악, 미래 먹거리에도 위협)
주력 제조업을 비롯해서 이차전지, 재생에너지 등 미래 유망 산업도
중국산 광물과 소재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중국이 국내 제조업 공급망을 장악할수록
중국 생산에 갑자기 문제가 생기면 우리 제조업도 휘청일 수 있습니다.
실제로 그런 일이 벌어질 경우,
우리 제조업 산출액이 상당 부분 줄어든다는 분석도 나왔습니다.

(3. 중국산 수입품과의 경쟁, 국내 고용에도 부정적인 영향)
미국에서는 중국산 수입 증가로 10년 넘게 제조업 실업률이 높아지고, 근로자 임금도 줄었다는 연구가 있습니다.
최근 우리나라에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데요,
특히 제조업 비중이 높은 지방도시의 쇠퇴가 더 심각해질 수 있습니다.

(4. 무역 집중도 심화, 거시안정성과 성장에도 걸림돌)
효율성을 추구하다 보면 특정 국가나 품목에 무역이 집중되기도 하지만,
이러면 경제 전체가 불안정해질 위험도 있습니다.
반대로 무역 상대국과 품목을 다양화하면 불안정성을 줄일 수 있고,
총수출액과 생산성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그래서 효율성과 경제안보 사이의 균형을 잘 유지하는 것이 중요한데요,
국가 차원에서는 CPTPP와 같은 다자간 무역협정 가입을 서두르고,
기존의 무역협정도 더 넓고 깊게 발전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전략 산업에서는 국내에서 일정 부분 생산이 이뤄지도록 투자를 유도하고 효과가 입증된 수출 다변화 지원책은 확대 시행해야 합니다.
불공정한 수입 경쟁으로 피해를 입은 기업과 근로자 보호 대책도 더 강화해야겠습니다.

미국의 관세 폭탄도 큰 위협이지만,
무역구조의 체질 개선이 필수적인 시점입니다.


최근 우리나라의 무역구조는 대중 수입의 전반적 증가와 소수 품목의 대미 수출 확대, 이에 따른 양국 무역의존도 심화로 특징된다. 이러한 구조적 변화는 공급망 리스크 증가, 대중 수입 경쟁 업종 내 실업 확대, 미국 보호무역주의의 표적화, 거시경제 불안정성 등의 다층적인 위험을 야기할 수 있다. 따라서 정부는 통상정책과 무역진흥시책을 병행하여 무역을 적극 다변화하고, 수입 경쟁 피해를 최소화하도록 관련 제도를 내실화할 필요가 있다. 이는 당면한 대미 통상 협상이 마무리되더라도 지속 추진되어야 할 과제이다.


Ⅰ. 서론

최근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보호무역주의와 관세정책은 글로벌 무역 환경의 불확실성을 심화시키고 있으며, 이는 무역의존도가 큰 우리 경제에 중대한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 따라서 통상 문제 해결이 정부의 우선적인 관심사가 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통상 이슈가 해소되는 것만으로 우리나라의 무역 문제가 모두 해결될 것으로 기대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통상 이슈에 가려져 최근 우리나라가 경험하고 있는 무역의 구조적 변화와 그 변화가 갖는 중요한 시사점들이 충분히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이에 본 연구는 최근 10여 년 동안 벌어진 우리나라 무역구조 변화의 양상을 분석하고, 이 변화가 갖는 의미를 효율성과 경제안보 관점에서 해석하며, 변화에 대응한 정부의 중장기적 정책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미국 관세정책에 대한 대응이 주목받는 동안, 우리나라 무역의 구조적 변화는 간과되고 있다.

Ⅱ. 우리나라 무역구조의 변화

[그림 1]을 통해 중국과 미국, 그리고 나머지 국가들과의 교역이 어떻게 전개되고 있는지 살펴보자. (a)에 따르면 대중국 수출은 2010년대부터 1,300억~1,600억달러 박스권에서 정체된 반면, 수입은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된 2015년 이후 대체로 꾸준히 증가하였다. 특히 2018년부터 2023년까지 약 600억달러 규모의 순수출 감소가 발생하면서 무역수지가 적자로 전환되었다. 반면, (b)에 나타난 대미국 무역수지는 2020년부터 흑자폭이 확대되어 2024년에는 그 폭이 600억달러에 근접하는 등 매우 대조적인 양상을 보인다. 이는 주로 수출 증가에 따른 것으로, 최근에는 그 규모가 대중 수출액과 거의 동일한 1,300억달러 수준까지 도달하였다. 한편, (c)에 따르면 미·중 이외 나머지 국가들과의 교역은 무역수지 측면에서 비교적 균형을 이루고 있다. 이상을 종합하면 우리나라의 총 무역수지 흑자의 대부분이 2010년대에는 중국과의 교역에서, 2020년대에는 미국과의 교역에서 창출되었음을 알 수 있다. 아울러 이러한 구조 변화는 (d)에서 보인 바와 같이 두 국가에 대한 무역의존도 확대와 맞물려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2012년 대비 2024년 기준 대미국 수출 비중은 8.0%p, 대중국 수입 비중은 6.6%p가량 증가하였다.

최근 우리나라 무역은 대중 무역수지의 적자 전환, 대미 무역수지의 흑자 확대, 양국에 대한 무역의존도 심화라는 특징을 보인다.

대중국 및 대미국 교역 변화의 원인은 품목별 자료를 통해 좀 더 구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림 2]는 HS 2단위(류, Chapter) 수준에서 최근 12개월(TTM) 기준의 품목별 무역수지를 분기 단위로 나타낸 것이다. (a)를 보면, 대중국 무역에서의 품목별 무역수지 악화는 반도체·자기기, 정밀기기·LCD, 기계류·생활가전 등 주력 수출 품목의 실적 감소와 그 외 대부분 품목에서의 수입 확대가 주요 원인이었다. 중간재와 자본재, 소비재 등 제조업 상품 전반에서 순수입 증가가 일어났다는 것이다. 반면, (b)에 나타나듯이 대미국 무역수지 개선은 자동차 및 부품, 반도체·전자기기, 기계류 · 생활가전 등 세 가지 품목의 수출 증가가 주도했다. 특히 자동차 및 부품은 2021년부터 수출이 급격히 증가하여 2024년에는 대미 무역흑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였다. 수입 측면에서는 화석연료 에너지만 유의미한 증가 품목으로 나타났다.

대중 무역수지 악화는 제조품 전반의 순수입 증가에, 대미 무역수지 흑자 확대는 자동차와 반도체 등 일부 품목의 수출 증가에 기인한다.

[그림 3]은 우리나라를 포함한 주요 6개국의 무역집중도(Herfindahl- Hirschman Index: HHI) 추이를 보여준다. 무역집중도가 높을수록 국가의 수출입이 소수의 국가 또는 품목에 집중되었음을 의미한다.4) (a)와 (b)를 보면 우리나라의 국가 기준 무역 집중도는 6개국 중 가장 높은 수준이며, 특히 대중국 비중의 확대로 수입집중도가 최근까지 상승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반면, 중국의 경우 2018년 미·중 무역전쟁을 계기로 수출 상대국을 빠르게 다변화하였고, 수입에서도 집중도를 낮춰 왔다. GDP 대비 무역 비중이 우리나라보다 높은 네덜란드나 제조업 강국인 독일과 프랑스 역시 무역집중도를 낮추거나 낮게 유지하고 있다. 품목 기준의 무역집중도를 나타낸 (c)와 (d)에서도 우리나라는 높은 편에 속한다. 다만, 수출집중도는 가파르게 상승한 반면 수입집중도는 2011년 대비 낮아졌는데, 이는 대미국 수출이 소수 품목에 집중되고 대중국 수입이 다양한 품목으로 확산된 추세를 반영한다.

요컨대 2010년대 이후 우리나라 무역의 변화는 (i) 제조업 전반에서의 대중국 순수입 증가, (ii) 자동차, 반도체 등 소수 품목 주도의 대미국 수출 확대, (iii) 수출은 미국, 수입은 중국에 대한 의존도 심화, (iv) 국가 기준의 수입집중도 및 품목 기준의 수출집중도 증가로 정리된다.

이러한 수출입 변화로 국가 기준 수입집중도와 품목 기준 수출집중도가 주요국보다 높아졌다.

Ⅲ. 무역구조 변화의 경제안보적 함의

이러한 변화의 원인이 무엇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연구가 아직 부재한 상황에서 몇 가지 유력한 설명을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중국의 경우 정부 주도의 산업정책과 기술 고도화를 통해 제조업 경쟁력을 강화해 왔고, 한·중 FTA로 관세율도 낮아지면서 대중 수입이 전반적으로 확대되었을 수 있다. 또한 중국이 2020년부터 쌍순환(雙循環) 전략으로 수입 중간재는 내재화하고 수출 점유율은 확대하려고 한 점과 2022년부터 대중국 반도체 수출통제가 시행된 점도 대중 무역수지 악화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아울러 Fajgelbaum et al.(2024)은 한국 제품이 중국산과는 대체재, 미국산과는 보완재 성격이 강하다고 분석하며, 2018년 미·중 무역전쟁 이후 양국 간 관세 부과가 한국의 대중 수출을 감소시키고 대미 수출을 증가시켰음을 보인 바 있다. 추가로 대미 수출의 경우, 2022년 미국 정부가 반도체 지원법(CHIPS Act)과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을 통해 자국 제조업 투자를 촉진함에 따라 국내 기업들의 미국 내 생산시설 투자가 확대되었고, 이에 반도체와 기계류 등 관련 품목의 수출도 증가했을 가능성이 높다. 국산 자동차 브랜드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와 미국 내 친환경차 수요 증가 역시 대미 수출 확대와 수출 품목 집중화에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

위 설명에 따르면, 우리나라 무역의 변화는 상당 부분 미국과 중국의 기술적·산업적·정책적 변화와 양국 간 지정학적 갈등이라는 구조적 요인에서 비롯되었으며, 이 요인은 단기간 내에 해소되지 않고 지속적으로 우리 무역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특히 팍스 아메리카나(Pax Americana)와 협력적 다자주의(multilateralism)하에서 경제적 효율성의 극대화를 추구했던 2010년 이전과 달리, 미·중 간 패권 경쟁과 자국 우선주의가 고착화된 지금은 효율성을 일부 희생하더라도 경제의 자율성과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이 점차 중요해지고 있다. 이러한 경제안보적 관점에서 볼 때, 우리나라의 무역구조 변화는 적어도 다음 네 가지 함의를 가진다.

미국과 중국의 기술적, 산업적, 정책적 변화와 양국의 지정학적 갈등이 우리 무역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첫째, 대중 수입의 확대로 인해 국내 제조업 공급망에서 중국 의존도가 높아진 것은 경제안보에 위협이 될 뿐 아니라, 미래 산업의 경쟁력 강화에도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있다. 해외 각국의 산업별로 1% 공급 감소 충격이 발생했을 때 국내 제조업종별 산출액이 얼마나 감소할지를 나타내는 [그림 4]를 보면 국내 산업의 해외 공급망 의존도 증가분의 대부분이 중국에서 비롯되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산업 규모가 가장 큰 화학, 석유제품, 1차금속, 전자/반도체 업종에서 중국의 영향이 두드러지게 증가해 우려를 뒷받침한다. 아울러 이차전지, 로보틱스, 재생에너지 등 우리 경제의 성장을 주도해야 할 미래 산업에서도 중국의 공급망 장악력이 매우 높아, 해당 산업의 중장기적 발전에 상당한 제약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공급망의 대중국 의존도 증가는 현재 주력산업은 물론 미래 유망산업에도 부정적 파급효과를 미칠 위험이 있다.

둘째, 국내 시장에서 중국산 수입품과의 경쟁이 심화된 제조업종의 경우 생산과 고용의 악영향이 커질 수 있다. Autor et al.(2013; 2016)은 중국발 수입의 증가가 미국 제조업 노동자의 실업과 임금 하락을 유발했으며 지역 경제의 실업률이 최소 10년 이상 높게 지속되었다고 보고한 바 있는데, 우리도 미국과 유사한 구조적 위기를 겪을 가능성이 후속 연구들에 의해 제기되고 있다. 해당 연구들은 공통적으로 수입 경쟁 업종에서 전반적인 고용 감소가 일어났음은 물론이고, 임시직의 증가(Choi and Xu, 2020), 저임금 서비스업으로의 직업 전환(Choi et al., 2025), 그리고 장기간의 임금 수준 하락(구경현 외, 2024) 등 일자리의 질적 저하가 동반되었음을 보였다. 더욱이 국내 노동시장은 미국보다 더 경직적인 데다, 위 연구들의 분석 기간인 2010년대 이후 대중 수입이 더 확대된 점을 감안하면, 향후 영향은 더 클 수도 있다. 이는 제조업 비중이 높은 지방 경제의 쇠퇴와 인구 감소 문제와도 긴밀히 연계되어 있다.

중국 수입품과의 경쟁이 심화된 제조업종에서는 고용 감소와 일자리의 질적 저하가 우려된다.

셋째, 대미 수출 증가는 그 요인이 무엇이든 간에 그것이 지속될수록 무역적자를 문제 삼는 미국 정부의 경제적 통치술(statecraft)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Hirschmann, 1945). [그림 5]의 (a)에서 중국은 장기간 총 무역수지 흑자를 유지하고 있어 한국으로부터의 수입 증가가 크게 문제시되지 않았다. 반면, 미국은 만성적인 무역적자국으로서 적자 규모가 계속 확대되고 있기에, 이를 개선하려는 노력이 트럼프 행정부는 물론 그 이후로도 이어질 수 있다. 더욱이 우리나라의 무역수지 흑자 증가가 소수 품목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들 품목이 관세정책의 주요 표적이 되기 쉽다. [그림 5]의 (b)는 2024년 기준 미국의 10대 무역적자 품목(HS 2단위 기준)을 제시하는데, 적자 규모가 현저히 큰 세 개 품목이 한국의 대미 무역수지 개선을 주도한 수출 품목과 정확히 일치한다는 점이 주목된다. 실제로 미국은 최근 자동차와 가전제품 그리고 관련 부품에 대해 추가 관세를 부과하거나 예고했는데, 해당 품목에 수출이 집중된 우리나라의 경우 타격이 상대적으로 더 클 수 있다.

넷째, 소수 국가 및 품목으로의 무역집중도 심화는 경쟁력 강화와 효율성 증가를 반영하는 측면도 있지만, 국내 거시경제의 불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는 함의도 지닌다. Caselli et al.(2020)에 따르면, 무역이 특정 산업에의 특화(specialization)를 유도하여 해당 산업 충격에 대한 노출도를 높이더라도, 교역 상대국의 다변화를 통해 경제 전체의 변동성을 충분히 완화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그러나 우리나라와 같이 반도체나 자동차 등 특정 품목에 수출이 집중됨과 동시에 미국과 중국을 포함한 소수 국가에 대한 무역의존도도 같이 상승하는 경우, 거시경제의 불안정성이 증폭될 수 있다

대미 수출 증가가 소수 품목에 집중되면서 미국 관세정책의 표적이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소수 국가 및 품목에 대한 무역의존도 심화는 거시경제의 불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

Ⅳ. 무역구조 변화에 대응한 무역정책 과제

효율성과 경제안보라는 두 목표 사이에서 최적 조합을 찾는 것은 어렵지만 반드시 풀어 나가야 할 과제이다. 특히 두 목표에 대한 국가와 기업의 선호(preference)가 다르다는 점에서 정책 개입이 일정 부분 정당화될 수 있다. 기업은 위험에 대비하더라도 기업 외부에 미칠 파급효과까지는 내재화하지 않는 반면, 국가는 경제 전체에 미칠 외부효과를 고려하기 때문이다. 이에 본고에서는 무역 다변화를 위해 실행 가능한 방안들을 중점적으로 논의하는 한편, 국내 산업 및 근로자 보호를 위한 대책도 간략히 언급하고자 한다.

우선, 대중 수입의 전반적인 증가, 특정 품목 중심의 대미 수출 증가, 그로 인한 양국에 대한 무역의존도 증가와 교역 품목 집중 현상을 완화하기 위해 무역 다변화 정책이 필요하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반도체, 자동차, 조선 등 규모의 경제(economy of scale)가 중요한 산업에 생산을 특화하고 산업정책을 집중할 경우 품목 기준의 무역집중도가 불가피하게 증가할 수 있어, 교역국의 다변화를 통해 경제의 안정성을 높이는 전략이 더욱 중요해진다.

무역 다변화를 위해서는 국가 차원의 경제외교 및 통상협력과 기업 차원에서의 지원책이 병행될 수 있다. 국가 차원에서는 미·중 외 국가들과의 양자 및 다자 무역협정을 더 적극적으로 체결하고 기존 협정은 심화하여 새로운 무역 기회를 창출(무역창출, trade creation)하는 한편, 소수 국가에 집중된 무역이 새로운 국가와의 무역으로 전환(무역전환, trade diversion)되도록 유도해야 한다. 특히 2021년 이후 뚜렷한 진전이 없는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의 가입 추진을 서두를 필요가 있다. CPTPP는 미국과 중국을 제외한 12개 회원국 간 높은 수준의 개방을 표방하고 있어 미·중 무역의존도 완화와 공급망 안정화에 효과적일 수 있다. 또한 관세 철폐를 넘어 디지털, 지식재산, 환경, 노동 등 무역 전반의 영역을 아우르는 ‘골드 스탠다드’급 협정으로 평가되는바, 향후 우리의 무역정책 방향성을 설정하는 핵심 기반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미 우리나라는 59개 주요국과 22건의 FTA를 발효 중이므로 정부의 역할은 충분히 했다고 여길 수도 있다. 그러나 2018년 미·중 무역전쟁 전후 중국의 무역구조 변화를 보면,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과 노력이 무역 다변화에 여전히 중요함을 알 수 있다. 중국은 무역전쟁 이후 대미 의존도를 낮추면서 150개 이상의 일대일로(Belt and Road Initiative) 체결국과의 무역 비중을 2018년 40.6%에서 2024년 49.8%로 확대하였다. 또한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협상과 기존 FTA 개정을 주도하는 등 통상정책을 통해 무역구조를 안정화하면서 총 교역 규모의 성장세도 유지하고 있다. 우리나라 또한 성장 잠재력이 큰 남아시아·동남아시아, 중국의 진입을 견제하려는 유럽, 산업구조 전환 수요가 높은 중동, 핵심자원이 풍부한 중남미와 아프리카 등 신시장 개척의 여력이 크다. 따라서 수출 측면에서 잠재 수요가 있는 국가, 수입 측면에서 국내 공급망 안정화에 기여할 국가들과의 협정 체결을 앞당기고, 무역창출과 무역전환 효과가 낮은 기존 협정들은 개방의 범위와 깊이를 확대하는 등의 노력이 요구된다.

수출입 다변화를 위해 국가 차원의 경제외교와 통상협력을 강화하고, CPTPP 가입 추진도 속도를 낼 필요가 있다.

기업 수준에서도 교역국 및 품목의 다변화 노력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 정부는 관련 정책수단들을 점검하고 효과성이 검증되면 적극적으로 시행하여 우리 기업들의 다변화를 지원해야 한다. 수입에서는 공급망안정화기금을 통한 선도 사업자 지원과 소부장 공급망안정 종합지원 사업 등의 수단이 있으나 아직 실시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이들을 확대함과 동시에 그 효과를 지속 점검하여 성과를 극대화해 나가는 것이 좋겠다. 또한 정성훈(2023)에서 강조하였듯, 해외 생산시설의 국내 회귀(리쇼어링)라는 형식에 얽매일 필요 없이 전략산업에 속한 국내외 기업들에게 국내 투자에 대한 인센티브를 강화해 줌으로써 공급망 내 핵심단계의 생산이 일정 부분 국내에서 이뤄질 수 있도록 ‘생산의 국내화’를 유도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수출에서는 내수기업의 수출기업화와 수출 국가 및 품목의 다변화를 위한 정책들이 오랫동안 실시되어 왔으므로 성과 점검 이후 대폭 확대하는 방안이 가능하다. 실제로 정성훈(2024, 근간 예정)에 따르면, 무역통상진흥시책으로 통칭되는 수출 지원 정책들이 내수기업의 수출시장 신규 진입 확률을 약 10%p 높이고, 수출국가의 수도 0.2개가량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군다나 일회성 지원만으로 최소 6년 동안 효과가 지속되어, 비용 대비 효율적인 정책수단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

이와 함께 수입 증가나 공급망 붕괴와 같은 무역 충격으로 피해를 입는 기업과 근로자에 대한 지원 체계를 내실화하는 데에도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중국산 제품의 경쟁력이 빠르게 향상되는 가운데 주요국들의 자국 산업 보호가 강화되어, 상대적으로 진입장벽이 낮은 국내 시장으로의 침투가 확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무역위원회의 불공정무역 감시 기능을 강화하여 국내 산업에 피해가 발생할 경우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 운영이 필요하다. 특히 대중국 수입이 급격히 증가한 2020년부터 현재(2025년 4월 기준)까지 접수된 반덤핑 제소 40건 중 27건(67.5%)이 중국과 관련된 만큼, 체계적인 모니터링과 적시성 있는 구제 조치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피해 기업 지원을 위해서는 운전자금 지원보다 생산성 향상 투자나 컨설팅 지원에 초점을 두고 중장기적 환경 변화에 기업이 적응하도록 도와야 할 것이다. 근로자 지원을 위해 서는 미국의 무역조정지원 프로그램(TAA)과 같이 무역 충격으로 실직한 근로자들이 직업훈련을 통해 재취업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수출입 기업이 교역국과 교역품목을 다변화할 수 있도록, 효과가 검증된 정책을 중심으로 지원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국내 산업 보호를 위해 불공정무역 감시와 대응 체계를 강화하는 한편, 피해 기업 및 근로자가 변화에 빨리 적응하도록 돕는 것이 바람직하다.

Ⅴ. 결어

최근 정부가 급변하는 통상 환경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는 점은 적절해 보인다. 다만, 이러한 대응책의 주요 목표가 미국의 관세 부과로 인한 경영 위기 극복에 그치지 않고, 수출입 모두에서 새로운 무역 활로를 통해 소수 품목 및 미·중 중심의 무역집중도를 완화하고, 경제의 안정성과 역동성을 제고하며, 수입 경쟁의 피해 기업과 근로자에 대한 보호를 내실화하는 중장기적 목표로 연결되어 지속 추진되길 바란다. 통상 협상이 잘 마무리되더라도 경제안보 차원의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는 다면 취약한 무역구조는 그대로 남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KDI FOCUS 목차
  • Ⅰ. 서론

    Ⅱ. 우리나라 무역구조의 변화

    Ⅲ. 무역구조 변화의 경제안보적 함의

    Ⅳ. 무역구조 변화에 대응한 무역정책 과제

    Ⅴ. 결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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