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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 기술혁신 및 사회구성의 상호관계에 대한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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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자 윤윤규(尹允逵) , 이재호(李在鎬)
  • 발행일 2005/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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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한국경제는 1960년대 이후 정부의 적극적 산업화정책에 힘입어 압축적 경제성장을 이룩하면서 중진국 단계에 진입하는 데 성공하였으나, 현재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양측으로부터 경쟁압력이 심화되는 가운데 선진국으로의 진입을 모색하는 시점에 있다. 따라서 현재, 그리고 향후 세계시장의 경쟁구조를 파악·전망하고 이를 바탕으로 선진국 진입전략을 마련하는 것이 요구된다. 본 연구에서는 경제적 측면과 사회·제도적 측면을 포괄하는 시스템적·제도적 접근을 통해 지난 1세기 이상의 기간 동안 선진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장기적 경제발전과정에 대한 분석을 수행하였으며, 이를 바탕으로 한국경제의 위치를 파악하고 향후 발전전망을 수립해 나가는 데 있어서 정책적 시사점을 획득하고자 하였다.

산업혁명 이후 선진국의 장기적 경제발전 경험을 보면, 경제적 측면만이 아니라 사회경제체제 전반의 진화·발전이 함께 이루어질 때 후발국가의 추격이 성공적 경제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추격·수렴가설(catch-up and convergence hypothesis)은 지난 1세기 이상의 기간 동안 세계 각국의 장기적 경제성장의 역사적 경험에서 나타난 국가 간(선진국 간,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 생산성의 추격·수렴현상을 설명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제시되었다. 단순한 추격·수렴가설에 따르면, 생산성 수준에서 나타나는 후진성(backwardness)은 그 자체가 보다 빠른 장래 성장의 잠재력을 내포하며, 따라서 생산성 수준이 낮은 후발국가는 선두국가에 비해 보다 빠른 생산성 증가를 실현함으로써 장기간에 걸쳐 선두국가의 생산성 수준으로 접근하여 간다는 것이다.

그러나 단순한 추격·수렴가설은 수렴현상의 정도에 있어서 관찰되는 후발국가 간 차이, 추격에 실패한 후발국가와 추격에 성공한 후발국가가 동시에 존재하는 현실, 시기에 따라 나타나는 생산성 격차의 확대 등에 대한 적절한 설명을 제공하지 못한다. 이에 따라 확장된 추격·수렴가설은 현실에 대한 설명력을 높이기 위해 자연자원, 기술적합성, 사회적 수용력(social capability) 등 후발국가의 추격 잠재력에 영향을 주는 제약요인들을 도입한다.

첫째, 한 국가의 생산성은 기술적 요인만이 아니라 자연자원의 가용성(availability)에도 부분적으로 의존한다. 특히 농업과 원료생산에 대한 의존성이 높은 산업화 초기단계일수록 자연자원의 가용성은 생산성 수준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지만, 과학기술 발전과 세계화가 진전되면서 생산성 결정에서 자연자원이 갖는 중요성이 감소하는 경향이 있다. 자연자원의 부존상태에 기인하는 낮은 생산성은 추격이 가능하지 않는 조건이라 할 수 있다. 사실 19세기 말과 20세기 초 미국의 생산성 우위현상은 기술적 격차만이 아니라 상당 정도 풍부한 자연자원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둘째, 단순한 추격·수렴가설은 선두국가로부터 도입한 기술이 후발국가에게 전적으로 적합하다는 기술적합성(congruence)을 가정하기 때문에 기술적합성의 결여는 단순한 가설의 현실적 설명력을 현저하게 저하시킨다. 기술적합성의 결핍은 국가 간 요소부존(자본, 노동 등)의 차이, 특정산업의 생산·시장 규모에서의 차이, 제도적·정치적·문화적 요인에 따른 기술도입에 대한 저항 증 다양한 이유에서 발생한다. 이러한 기술적합성의 결핍이 존재한다면, 후발국가는 선두국가의 선진기술의 도입·활용을 통한 기술적 도약의 기회가 그만큼 감소하게 될 것이다.

셋째, 한 국가의 기술적 후진성 극복의 지체는 단순한 우발적 현상이 아니라 그 배후에는 완강한 사회적 특성들이 놓여 있다. 선진기술의 도입·활용에서 나타나는 국가 간 차이는 사회적 수용력(social capability), 즉 선두국가의 기술진보를 흡수할 수 있는 제 사회부문의 능력에서 존재하는 국가 간 차이에 크게 의존한다. 한 국가의 사회적 수용력은 기술적 역량만이 아니라 정치·산업·상업·금융제도 등 다양한 사회·경제·제도적 요인들에 의해 복합적으로 결정되는 개념이다. 따라서 사회적 수용력의 개념이 도입된 추격·수렴가설은 한 국가의 생산성 잠재력은 비록 기술적으로는 후진적이지만 사회·제도적으로 잘 발전되어 있을 때, 즉 사회적 수용력이 우수할 때 강력하게 발휘될 수 있다는 사실을 주장하는 이론이라 할 수 있다. 사회적 수용력의 개념은 2차 세계대전 이후 20~30년 동안 서유럽 국가와 일본이 빠른 생산성 증가를 이루면서 미국을 추격하였던 역사적 사실, 그리고 1970년대 이후 한국, 대만 등 NIEs 국가들의 고도성장이라는 역사적 사실과 부합하는 설명을 제공해 준다.

먼저, 1870~2001년까지 시기를 대상으로 현재 선진국으로 분류되는 국가들에 대해 각 시기별로 1인당 GDP로 측정된 상대적 생산성 수준(미국=100)이 어떻게 변화하였는지를 살펴보았다. 12개 서유럽 국가들의 경우, 1870~1913년 시기에는 국가 간 다소 차이는 있지만 미국과의 생산성 격차가 오히려 확대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이 시기가 산업화 초기단계여서 생산성 결정에서 자연자원의 중요성이 컸으며, 미국이 자연자원에서 커다란 우위를 점하였던 데 상당 정도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1913년에서 2차 세계대전 직전인 1938년까지는 미국과의 생산성 격차가 줄어들어 일정한 수렴현상이 나타났다. 그러나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한 1938~50년 시기에는 미국과의 생산성 격차가 크게 확대되었는데, 이는 전쟁으로 인한 생산시설 파괴 등 피해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1950~75년 시기에는 대부분의 서유럽 국가와 일본이 빠른 생산성 증가세를 기록하면서 1975년경에는 1차 세계대전 직전의 수준 혹은 그 이상으로 미국과의 생산성 갭을 좁힌 것으로 나타나, 추격·수렴가설에서 예측하는 생산성의 수렴현상이 보다 분명한 형태로 나타났다. 이 시기는 후발국가들에게 추격을 통한 급속한 성장에 필요한 요소·여건이 함께 조성됨으로써 추격과정이 빠르고 강하게 실현되었던 시기라 할 수 있다. 선두국과 후발국 간 대규모의 기술적 갭이 존재한데다가 후발국가들은 높은 수준의 교육과 대규모 생산, 분배, 금융에 대한 다양한 경험을 축적하면서 미국의 선진기술을 도입·활용할 수 있는 충분한 사회적 수용능력을 갖추고 있었다고 할 수 있다. 이와 함께 기술확산·이전과 관련된 제도 개선, 국제시장의 개방 확대, 신축적인 노동공급, 정부지원, 안정적 국제금융환경 등이 유리한 조건으로 작용하였다.

그러나 1975년 이후에 들어서면, 노르웨이, 일본 등 일부 국가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미국과의 생산성 격차가 다시 늘어나거나 정체되는 경향을 보여주고 있다. 이 시기에서 발견되는 생산성 수렴의 퇴조 또는 정체현상은 1990년대 중반부터 시작된 미국의 생산성 회복 흐름과 일정한 관련성을 가지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경우, 1980년대 일본에 의한 제조업 우위의 급속한 침식 등에 대한 위기감 속에서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부 및 산업계의 노력이 이루어졌으며, 이는 이후 생산성 회복의 토대로 작용하였다. 1990년대 미국에서 일어난 하이테크붐과 생산성 회복은 우월한 산학협력 연구개발체제 확립, 우수한 대학교육제도, 기술혁신환경의 조성 등에 기인한 바가 큰 것으로 보인다.

다음으로, 선진국 그룹에 대한 개발도상국의 생산성 추격·수렴과정이 어떻게 실현되었는지를 살펴보면, 대륙별·국가별로 커다란 편차를 나타내고 있다. 동아시아 신흥공업국(NIEs)을 중심으로 일부 국가들은 성공적인 추격과정을 경험한 반면, 대부분의 국가들은 여러 이유로 추격이 전혀 이루어지지 못하였거나 오히려 생산성 갭이 확대되고 있다. 선진국 그룹을 제외한 이들 국가군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경험은 생산성 추격·수렴과정이 사회적 수용력 등 매우 다양한 요인들에 의해 결정되는 복잡한 과정임을 보여준다 할 것이다.

중남미 국가의 경우, 1870년에서 1975년까지 100여년 동안 미국과의 생산성 격차는 거의 변화가 없었으며 1975년 이후에는 오히려 확대되는 경향을 보여준다. 아르헨티나의 경우, 1913년까지는 미국과의 생산성 갭을 성공적으로 줄이면서 서유럽 국가 수준으로 발전하였으나 1913년 이후 현재에 이르기까지 생산성 격차가 계속 확대되고 있다. 이와는 달리 브라질과 멕시코의 경우 1950년 이전까지는 미국과의 생산성 갭이 확대되었으나, 이후 1950~75년 시기에 그 갭을 일정 정도 해소하다가, 1975년 이후 생산성 갭이 다소 확대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아프리카 국가들의 경우, 생산성 수준이 미국의 1/10에도 미치지 못하는 매우 낮은 수준으로 나타나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국가 그룹을 구성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뿐만 아니라 이들 아프리카 국가들은 상대적으로 이전 시기에 비해 세계적으로 추격·수렴과정이 하나의 분명한 경향으로 관철되었던 1950~75년 기간에서조차 생산성 갭을 전혀 좁히지 못하는 등 추격·수렴가설에서 예측하는 추격과정이 전혀 나타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아시아 국가, 특히 동아시아 국가들은 중남미 국가 및 아프리카 국가들과는 달리 성공적인 추격·수렴과정을 실현하여 왔음을 보여준다. 아시아 국가들은 1950년 이후 현재에 이르기까지 지속적으로 미국과의 생산성 갭을 줄여 왔으며, 이러한 사실은 아시아 국가들이 추격·수렴가설에서 제시하는 가장 전형적인 추격·수렴과정을 밟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양상은 특히 동아시아 국가들의 경우에 보다 분명한 형태로 실현되고 있다. 한국, 대만, 홍콩, 싱가포르 등 소위 NIEs 국가들은 1950~75년까지 생산성 갭을 빠르게 축소하여 왔으며, 선진국 그룹의 추격·수렴과정이 약화되었던 1975년 이후 시기에도 이러한 추격·수렴과정이 더욱 가속적으로 진행되었다. 한국의 경우 1950년에 10에도 미치지 못하였던 상대적 생산성 수준(미국=100)이 1975년에는 19, 그리고 2001년에는 53으로 비약적 성장세를 실현하였다. 대만의 경우도 한국과 매우 유사한 추격·수렴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한편, 중국, 인도 등 소위 BRICs 국가들의 경우도 1975년 이후 빠른 속도로 생산성 갭을 줄이면서 성공적인 추격·수렴과정을 계속하고 있다.

자원동원 능력이 부족하고 산업조직도 발전하지 못한 상황에서 산업화를 위해서는 자원을 동원하고 산업부문의 형성을 유도·조직하는 주체가 필요한데,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신흥공업국들에 있어서는 국가가 사실상 이러한 역할을 수행하였다고 할 수 있다. 이들 국가들이 1970년대와 1980년대를 거치면서 노동집약적 산업→자본집약적 산업→기술집약적 산업으로 이동할 수 있었던 것은 정부의 적극적 역할과 함께 대규모 투자를 가능하게 한 높은 저축률, 높은 인적자본투자에 기인한 측면이 컸다고 할 수 있다. 동아시아 신흥공업국들의 빠른 추격을 가능하게 하였던 이러한 요인들은 동아시아 국가들이 가진 특유의 정치·제도·문화적 구조 및 특성들과 밀접한 관련성을 가지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는 1960년대 이후 단기간에 압축적 경제성장을 이룩하면서 현재 중진국에 진입하였으나,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양측으로부터 경쟁압력이 심화되는 가운데 선진국으로의 진입을 모색해야 하는 시점에 있다. 그러나 과거 선진국의 경험에서 볼 수 있듯이 선진국으로의 진입은 결코 순탄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우리가 마주하는 글로벌 환경은 과거의 역사가 그대로 답습되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그러나 빠른 환경변화에도 불구하고 선진국 진입을 위한 전략의 모색은 선진국들의 장기적 발전과정에서 나타난 경험과 교훈에 대한 이해로부터 시작하여야 할 것이다.

첫째, 한국의 선진국 진입은 과거의 개도국 → 중진국으로의 추격과정에서 구사되었던 기존의 성장전략을 단순히 반복하는 것으로는 결코 이루어질 수 없을 것이다. 과거 빠른 경제성장의 바탕이었던 풍부한 저임노동력은 사라진 지 오래되었으며, 정부의 적극적 개입방식도 더 이상 가능하지 않게 되었다. 1990년대 이후 한국의 사회·제도적 환경은 민주화·자율화의 흐름 속에서 다수 주체 간 상호작용이 확대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기술개발을 위한 노력은 빠른 제품주기와 예측 불가능한 시장환경으로 인해 더욱 높은 투자비용을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대내·외적 상황 및 사회·경제·제도 구조의 변화를 감안할 때, 한국의 선진국 진입 노력은 과거방식과는 다른 새로운 성장전략이 요구된다 할 것이다.

둘째, 2차 세계대전 이후 첫 4반세기 동안 유럽 국가들의 빠른 추격·수렴, 그러나 이어지는 4반세기 동안 미국과의 생산성 격차 확대, 1990년대 미국의 경제적 주도력 회복현상 등에 대한 규명은 향후 한국경제가 선진국 진입전략을 수립하는 데 일정한 해답을 제공해 줄 것으로 판단된다. 1990년대 미국의 주도력 회복은 실리콘밸리의 사례에서 보듯이 IT산업에 대한 방대한 투자 그 자체라기보다는 산학협력 등 경제주체 간 네트워킹 및 협력체계, 산업계와 상호작용 속에서 우수인력을 공급하는 대학교육체계에 힘입은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1990년대 이후 미국, 유럽 국가 등에서 경쟁력 제고를 위해 활발히 추진하고 있는 클러스터접근의 산업정책 및 산학협력의 강화를 주요한 정책방향으로 제시할 수 있다.

셋째, 선진국에 대한 추격전략과 혁신주도형 경제에 걸맞는 정부의 역할을 재정립하는 것이 필요하다. 과거 추격·수렴과정에서 이루어진 정부 주도의 강력한 산업·금융·무역 정책은 이제 더 이상 유지되기 힘들며, 정부정책은 글로벌 기준에 맞도록 규제를 완화하고 기업에 의한 자율과 책임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여기서 정부의 역할은 직접적 개입·통제보다는 유인체계를 정립하여 경제주체들의 자발적 참여를 유인함으로써 시장 실패 및 시스템 실패를 개선하는 데 중점을 두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다양한 제도의 정비와 개선을 통해 새로운 환경에 맞는 효율적인 사회·경제시스템을 구축하고, 이를 통해 성공적인 선진국 추격과정에서 요구되는 사회적 수용력을 확대해 나가야 할 것이다.

끝으로, 한국경제가 지금까지 이룩한 추격 및 경제성장 성과의 대부분은 노동투입 확대, 교육수준 개선, 자본투자 확대 등 요소투입 위주의 추격·성장전략에 기인하는 것이다. 때문에 미래에는 기술혁신이나 생산효율 개선 등 창의적인 노력 없이 이러한 요소투입형 성장전략만으로는 선진국에 대한 추격이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혁신주도형 성장전략으로 패러다임의 전환을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의 창출을 모색해 나가야 할 것이다. 혁신주도형 발전단계로의 진입을 위해서는 기술혁신과 이를 통한 기술경쟁력 확보, 혁신을 담당하는 창의적인 인적자본 확충, 혁신클러스터 구축, 유인체계 정립 및 혁신환경의 개선·정비, 그리고 혁신을 촉진하고 선진국의 첨단기술을 도입·활용할 수 있는 전반적인 사회적 수용능력의 확산이 불가결한 과제로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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