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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활동 규제사례에 대한 경제학적 분석: 경쟁정책적 관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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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자 연태훈(延泰勳)
  • 발행일 2004/12/31
  • 시리즈 번호 20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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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1. 배경과 목적

우리나라에서 도입 및 운영되고 있는 수많은 정부규제의 상당부분은 어떠한 형태로든 경제활동과 관련이 되어 있다. 통상적으로 규제개혁의 본령을 기업의 자유로운 진입과 경쟁적인 시장활동을 방해하는 규제를 제거함으로써 기업이 지대추구적인 활동을 하기 어려운 환경을 구축하는데 두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규제현실에서 사실상 가장 핵심적인 문제로 대두되는 것은 많은 규제들이 경제주체들 간의 소득 재분배를 유발시킴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규제의 도입이 모든 이들에게 득이 되는 것처럼 포장되거나 이해되고 있는 경우가 빈번히 발생한다는 것이다.

산업화 시대에는 생산자 입장을 위주로 한 접근방식이 광범위한 영역에 걸쳐 정책운용의 기준으로 채택되어왔다. 산업화 시대를 넘어서 서비스 우위, 서비스 기반의 경제로 전환해가는 길목에서는 이러한 정책방향이 성장과 혁신을 제한하는 핵심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증대된다. 시장에서 생산자, 혹은 산업이 과도하게 보호되고, 이에 따라 시장에 가해지는 왜곡이 증폭되면, 이는 결국 경제체질의 약화로 이어질 수 있는 가능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의식 하에서 본 연구는 대표적인 영업활동규제 유형 두 가지와 해당 사례를 대상으로 관련 현황 및 그 효과에 대하여 비록 매우 제약적인 가정과 제한적인 범위 내에서이긴 하지만 이론적 모형을 통해 해당 규제의 목적 적합성 및 경쟁제한성 혹은 타당성을 검토해보고자 시도하였다. 우선 비가격 영업활동규제의 경우에 있어서는 2000년 12월의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을 통하여 2001년 6월 30일부터 금지된 백화점 등의 셔틀버스 운행에 대한 규제를 살펴보았다. 가격을 통한 영업활동규제의 경우에는 출판및인쇄진흥법에 따라 2003년 2월부터 시행된 바 있는 이른바 “도서정가제”에 대하여 살펴보았다.

2. 주요 내용

각각에 대한 분석에 있어서 우선 해당 규제에 대한 개괄, 관련 업계의 현황 등을 살펴보고, 관련된 논의의 동향 혹은 기존 연구를 정리하였다. 또한 이러한 이해를 바탕으로 경제학 모형에 근거하여 해당 규제의 경제적 효과에 대한 분석을 시도하였다. 분석에 사용된 모형은 매우 정치하다거나 혁신적인 것은 아니다. 본 연구에서 이론적 모형을 사용하는 이유는 공통된 객관적 언어로써 사용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오히려 핵심논의를 다룰 수 있는 한에서는 최대한 단순한 모형을 사용하고자 시도하였다. 양 사례의 경우 모두 수평적 상품차별모형을 활용하였으며, 이는 소비자선호 및 유통채널의 다양성 등을 분석에 반영하기 위함이다. 이를 통해 산업, 소비자 및 사회전체 후생에 대한 경제적 효과와 그 방향성을 예측해 보고자 하였으며, 끝으로 분석의 결과를 통해 정책적 시사점을 정립해 보고자 하였다.

우선 비가격 영업행위 규제의 사례로서 택한 백화점 셔틀버스 금지의 경우, 소비자잉여 및 사회 전체의 후생을 모두 감소시킬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비록 매우 단순화된 모형이기는 하지만, 채택된 가정들이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을 가능성을 고려할 때, 백화점 셔틀버스 규제에 대해 다음과 같은 시사점을 도출할 수 있었다.

우선 셔틀버스의 운행을 통한 백화점의 일방적 교통비용 인하는 해당시장에서 백화점과 재래시장 혹은 슈퍼마켓 간의 차별화 정도를 감소시킨다. 그 결과 가격경쟁이 격화되어 가격인하를 유발하고 소비자잉여는 증가하게 된다. 그러나 백화점과 재래시장 혹은 슈퍼마켓 간의 직접적 경쟁이 벌어지는 시장만을 고려한다면, 백화점이 자신의 이윤을 증가시키기 위하여 차별성을 감소시키는 교통비용인하전략을 택할 유인이 존재하지 않는다.

둘째,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에서 백화점이 셔틀버스를 도입하는 이유는 백화점과 재래시장 및 슈퍼마켓 간의 경쟁과 무관한 시장이 존재하고, 이 시장에서 백화점이 교통비용의 인하를 통해 이윤을 증가시킬 가능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즉, 해당 시장에서 교통비용의 인하로 발생하는 순이윤의 증가가 재래시장 혹은 슈퍼마켓과의 경쟁시장에서의 이윤감소를 상회한다면 백화점이 교통비용의 인하를 이윤극대화 전략의 일환으로 채택할 유인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끝으로 백화점의 일방적 교통비용 인하는 경쟁시장에서 소비자잉여를 증가시키고, 비경쟁시장에서도 소비자잉여를 증가시킬 뿐 아니라 백화점의 순이윤 역시 증가시키게 된다. 다만, 재래시장이나 슈퍼마켓의 이윤은 감소하게 되는데 이들의 이윤감소는 소비자에게 잉여로 이전되는 부분이므로, 사회적 후생의 손실로 파악해서는 안 된다.

이러한 모든 사항들을 고려할 때, 백화점 셔틀버스 운행에 대한 규제는 소비자잉여 및 사회 전체의 후생을 모두 감소시키는 정책인 것으로 판단된다. 백화점 셔틀버스의 도입으로 인하여 지역 슈퍼마켓 혹은 재래시장의 이윤이 하락한다고 하더라도 이는 경제주체들 간의 자유로운 경쟁에 의한 것이므로 이 자체로서 문제를 발생시키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정부가 이에 개입하여 백화점 셔틀버스를 금지시킴으로써 백화점의 이윤과 소비자잉여를 희생시키고, 지역의 슈퍼마켓 혹은 재래시장의 이윤을 보호해주는 행위는 적어도 경제학적 관점에서는 근거를 찾아보기는 어려운 것으로 판단된다.

가격규제의 사례로서 채택한 도서정가제의 경우 역시, 매우 제한적인 조건 하에서의 상황을 제외하고는 전반적으로 소비자잉여와 사회전체 후생을 감소시킬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또한 제한적 조건을 만족시키는 예외적 상황에서도 사회전체 후생은 기업의 이윤증가에 의한 것으로서 소비자잉여는 항상 감소하게 됨을 확인하였다.

우선, 소매서점들로만 구성된 도서유통체계에 인터넷 서점이 진입하게 되면 소비자잉여가 증가하게 된다. 또한 인터넷 서점의 효율성이 소매서점의 효율성을 능가한다면 인터넷 서점의 진입으로 인한 경쟁의 격화와 소비자 선호의 충족은 항상 소비자잉여와 사회전체의 후생을 증가시키게 된다. 만일 인터넷의 효율성이 소매서점에 비하여 크게 떨어지는 경우라도, 그 정도가 매우 큰 경우에만 사회전체의 후생감소가 발생할 수 있으나 이 경우에도 소비자잉여는 증가하게 된다.

둘째, 양자간의 상대적 효율성에 대해 매우 제약적 조건이 충족되는 경우에만 도서정가제의 도입이 서점들의 이윤증가를 통해 사회후생을 증가시키게 된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소비자잉여는 항상 감소하게 될 것이다. 일반적으로 인터넷 서점의 비용 효율성이 인정되고 있는 상황을 염두에 두고 결과를 해석한다면, 도서정가제의 수행은 사회전체의 후생수준을 감소시키게 될 개연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 게다가 도서정가제의 도입으로 인한 이윤의 증가가 소비자잉여의 감소를 능가하는 경우라고 하더라도 도서정가제가 반드시 사회적으로 효율적이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소비자잉여와 판매자의 이윤 간에 상충이 발생한다면, 경쟁정책은 원칙적으로 소비자잉여의 손을 들어주는 것이 원칙이라고 판단된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경제학자들이 도서에 대한 재판매가격유지를 어떻게 이해하는 가와는 무관하게, 중소서적상들의 생존권보호의 차원에서 대형서점, 인터넷 서점들의 가격할인에 대해 반대하는 것은 공정거래정책의 타당한 고려대상이라고 할 수 없다. 공정거래법은 경쟁을 보호하려는 것이지 경쟁자를 보호하려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어떠한 이유에서든 전문서적, 순수문학서적, 기타 사회적으로 그 가치가 충분히 인정되지만, 그 창출에 있어서 충분한 유인이 존재하지 못하고, 유통에 있어서도 장애가 발생한다면, 이는 이해관계자들 간의 부의 재분배나 경직적 가격정책이 아닌 보다 직접적 지원정책을 통하여 해결하는 것이 보다 바람직할 것으로 판단된다.

3. 결론 및 시사점

위에서 살펴 본 유형의 규제들은 도입과 함께 이해관계자들 간의 소득 재분배를 유발한다. 분석의 대상이 되었던 두 가지 규제 모두 중소기업 혹은 자영업자와 같이 우리사회에서 상대적으로 “경제적 약자”로 분류되는 집단에 대한 보호를 핵심 근거로 하여 도입된 것으로 판단된다.

결국 이러한 규제가 도입된 것은 조직화되지 못한 소비자들의 목소리가 정책에 반영되기 어려운 상황에서 조직화된 사업자들의 주장만을 반영한 결과로 파악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고성불패(高聲不敗: Too loud to lose)’ 현상에 대하여 우리의 제도가 너무 관대한 것은 아닌지에 대한 점검이 향후 규제개혁을 추진함에 있어 반드시 하나의 축으로서 기능해야 할 것이다. 향후에는 적어도 소비자들의 후생을 희생하면서, 생산자의 이해관계를 보호하는 규제가 추가적으로 도입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공익과 관련하여 특정 산업 혹은 특정 이해집단을 지원할 필요가 있을 경우는 적어도 소비자와 같은 타 이해집단의 복지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보다 중립적인 방법을 모색하여야 한다.

산업은 보다 효율적인 방향을 향하여 끊임없이 변모해 나아가는 속성을 지니고 있고, 경쟁은 이러한 과정을 촉진시키는 촉매제의 역할을 담당한다. 이러한 조정과정에 정부가 개입하여 산업구조를 왜곡함으로써 특정 집단의 탈락을 원천적으로 방지하려는 정책은 산업 혹은 국가의 경쟁력에 도움이 되지 않고, 장기적으로 훨씬 엄청난 비용을 유발할 수 있으며, 그 과정에서 또 다른 피해자들을 양산해낼 수 있음을 이해해야 할 것이다. 자연스러운 진화과정에서 발생하는 탈락 집단에 대한 문제에 대해서는 경쟁 그 자체의 억제가 아닌 경제의 유연성 제고 그리고 사회복지정책의 차원에서 해결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본 연구에서 제시되고 있는 결과들은 매우 단순한 모형을 통하여 도출된 것으로서 이를 현실에 대한 완전한 반영으로 파악하는 것은 어려우며, 이를 바탕으로 관련 정책을 평가함에 있어서는 매우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시된 정책방향들이 우리나라의 규제개혁 방향에 대하여 시사해주는 점들에 대해서는 향후 보다 심각한 고려가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서두에서도 이야기한 바와 같이 엄밀한 경제학적 분석에 바탕을 둔 규제개혁 노력 없이는 우리 경제의 전반적 역량이 감소하게 될 것이며 이 과정에서 소비자들의 후생수준 역시 낮아질 수밖에 없음을 고려할 때, 이러한 유형의 분석 시도는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며, 객관적 분석에 입각한 규제개혁 역시 지속적으로 추진되어 나아가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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