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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연금의 지배구조 설계에 관한 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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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자 임영재(林暎宰) , 이중기
  • 발행일 2003/12/31
  • 시리즈 번호 20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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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2003년 9월 28일 노동부는 퇴직연금제의 도입을 주요 골자로 하는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안”을 입법예고하였다. 이 법안에는 그 동안 근로자의 노후보장제도로서 활용되었던 퇴직금제도를 대체할 수 있는 제도로서 퇴직연금제도(확정급여형 및 확정기여형)가 규정되어 있다. 따라서 이 법안이 시행되면 노사는 현행의 퇴직금제, 확정급여형 퇴직연금제, 확정기여형 퇴직연금제 가운데 하나를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게 된다. 그런데 정부는 퇴직금제도의 문제점 때문에 퇴직금제도 대신에 확정급여형 혹은 확정기여형 퇴직연금제의 선택을 선호하고 있다. 따라서 퇴직연금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세제 지원 등 혜택을 주고, 반대로 사내유보 퇴직적립금에 대한 손비인정을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등 퇴직금제의 선택유인은 제거하는 쪽으로 정책방향을 정하고 있다고 한다.

이 연구는 정부가 의도하는 것처럼 퇴직연금제도를 도입하는 경우, 퇴직연금제도에서 기능하는 여러 관련당사자들(사용자, 근로자, 금융기관, 연금계리인, 외부감사인 등)이 상호간에 어떠한 이해관계를 갖게 되는가를 살펴본다. 예를 들어, 근로자는 연금자산에 수익권을 갖게 되고, 사용자는 연금자산에 출연채무를 지게 되는데, 이러한 기업연금자산의 안전성을 확보하고 또 자산운용의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근로자와 사용자가 어떠한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가, 또 연금사업자는 연금운용행위에 이익을 갖게 되는데 연금사업자에게 어떠한 의무를 부과해야 연금운용의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는가 등의 문제, 즉 퇴직연금제도의 지배구조를 어떻게 가져가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가에 대한 문제를 다룬다. 따라서 이 연구에서는 바람직한 퇴직연금 지배구조를 설정하고 이를 실행하기 위해 각 관련당사자들에 대해 부과할 의무와 책임을 어떻게 구성하는 것이 필요한가를 살펴본다.

이러한 연구를 위하여 먼저 기업연금의 여러 관련당사자들 사이에 발생하는 이익충돌에 대해서 살펴본다. 그 다음, 기업연금제도가 가장 발달된 영국과 미국의 기업연금의 지배구조의 특징과 구조를 정리하고,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안”의 확정급여형 기업연금의 지배구조, 확정기여형 기업연금의 지배구조의 특징과 구조에 대해서 분석한다. 마지막으로 우리나라 기업연금에 있어서, 지배구조 관련 개선방향 및 수급권 보호장치 관련 개선방향에 대해서 살펴본다.

기업연금관계에서도 소유자와 경영자의 분리로 인한 이익충돌문제가 발생한다. 기업연금관계에서도 연금소유권자인 근로자 혹은 사용자는 자신들이 직접 연금자산을 운용할 능력이 없거나 혹은 운영에 이익충돌이 있기 때문에 연금사업자인 금융기관에 연금자산의 운용을 위탁한다. 따라서 이 경우 연금소유권자의 이익 (예를 들어, 연금수익권을 갖는 근로자의 수익, 혹은 연금출연채무를 지는 사용자의 이익)과 연금자산을 운용하는 운용기관의 이익(예들 들어, 운용수수료)이 일치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소유와 경영의 분리로 인한 이익충돌문제가 발생한다. 그런데 기업연금관계에서는 소유자와 경영자의 분리문제 외에 연금소유자 측면에서 출연자(사용자)와 수익자(근로자)가 분리되는 현상이 발생한다. 따라서 기업연금관계에서는 소유자와 경영자의 분리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이익충돌해소장치 외에, 연금자산의 출연에 대해 충돌하는 이익을 갖는 출연자(사용자)와 연금수익자(근로자) 사이의 이익충돌을 해소하는 장치가 필요하게 된다. 따라서 기업연금의 지배구조문제는 소유자와 경영자 간의 이익충돌 해소장치를 마련하는 방법 뿐만 아니라 소유자측면에서 출연자(사용자)와 수익자(근로자) 간의 이익충돌 조정 혹은 해소장치를 마련해야만 한다.

영국에서 기업연금제도(occupational pension scheme)는 연금제도 전체의 관점에서 구성되어 있고 사적연금의 한 부분을 차지하는 지위를 갖는다. 이 점은 미국의 기업연금(pension plan)이 근로자지주제도와 같은 근로자수익제도(employee benefit schemes)의 하나로 구성되어 있어 다른 연금과의 직접적인 관련성을 갖지 않는 점과 차이가 나는 점이다. 따라서 영국에서는 기업연금을 사회보장부(Department of Social Security)가 주관하지만, 미국에서는 노동부(Department of Labour)의 소관사항이다. 또 관련법령도 영국의 기업연금은 연금제도 전체의 일반법인 Pension Schemes Act 1993, 및 Pensions Act 1995의 적용을 받는데 비해, 미국의 기업연금은 근로자수익에 관한 법인 Employment Retirement Income Security Act (ERISA)의 적용을 받는다. 하지만 이러한 차이에도 불구하고 영국과 미국의 기업연금은 지배구조 측면에서 다음과 같은 공통적인 특징을 갖는다.

첫째, 영국과 미국의 기업연금지배구조에서는 소유자 (근로자와 사용자)의 이익을 위해 행위하는 외부감시자가 존재하고 그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 또 영국과 미국의 경우 모두 기업연금은 설정이 강제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사용자가 임의로 설정할 수 있고, 따라서 제3감시자의 임명에 있어 통상 사용자가 우월적인 지위를 갖는다.

둘째, 소유자(사용자와 근로자)의 이익을 위해 행위하는 제3자 감시자는 영국의 경우 신탁설정을 통하여, 미국의 경우 지명충실의무자의 선임을 통하여 확보된다. 신탁설정은 보관장치의 측면에서는 신탁설정을 통해 연금자산을 수탁자에게 이전함으로서 독립적인 자산의 사외유보를 완성한다는 의미를 갖는다. 또 신탁설정은 제3 감시자의 선임의 측면에서는 수익자의 이익을 위해 행위할 수탁자를 선임한다는 의미를 갖는다.

셋째, 미국과 영국의 기업연금지배구조에서는 연금계리인의 역할과 외부감사인의 역할이 매우 강조된다. 연금사업자에 대한 제3감시자의 역할은 기본적으로 영국에서는 수탁자, 미국에서는 지명충실의무자가 수행하지만 그들에 의해 선임된 연금계리인 및 외부감사인은 수탁자 혹은 지명충실의무자를 대신하거나 혹은 보조하면서 전문적인 연금감시기능을 수행한다.

현재 노동부가 입법예고한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안(이하 법안)에 나타난 확정급여형 퇴직연금과 확정기여형 퇴직연금의 지배구조는 영국과 미국의 기업연금과 비교해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가진다.

첫째,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안이 상정하고 있는 퇴직연금의 지배구조에서는 소유자 (연금수익권자인 근로자 및 출연채무자인 사용자)를 위해 행위하는 독립된 제3자 감시장치가 존재하지 않는다. 아마도 근로자- 사용자 간의 관계에 익숙한 노동계에서는 근로자-사용자-금융기관이 참여하는 삼자간 퇴직연금관계 조차도 복잡한 법률관계로 보고 있는 듯하고, 그 때문에 소유자(근로자 및 사용자)를 위해 금융기관에 대한 감시행위를 하는 제3자 감시자의 도입은 일단 유보된 것으로 보인다.

둘째, 영국 혹은 미국의 기업연금과 달리, 법안은 기업연금의 사무관리기능과 연금운용자에 대한 감독기능을 수행할 일차적 의무수임인을 두고 있지 않다. 따라서 사용자는 연금의 설정 단계에서 뿐만 아니라 설정 이후의 단계에서도 연금사무관리와 연금운용의 감독에 대해 깊이 관여한다. 이러한 점은 영국에서 Maxwel 사건 이후에 사용자를 연금관계에서 경원시하는 입법 태도와는 완전히 정반대의 태도이다.

셋째, 영국의 기업연금에서는 사용자와 근로자, 수탁자, 연금사업자 간의 관계를 먼저 고려하여 기업연금의 지배구조를 도출하고, 연금사업자가 확정급여형사업자인가 혹은 기여형사업자인가는 연금의 지배구조를 결정하는데 있어 중요한 고려요소가 아니다. 미국의 기업연금에서도 원칙적으로 영국의 기업연금 지배구조와 유사한 형태를 띤다 (물론 보험회사를 연금사업자로 지정하는 경우 운용자와 보관기관이 선임되지 않기 때문에 기업연금의 지배구조가 복잡한 형태를 띠지 않는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지명충실의무자의 선임은 강제된다). 이에 비해 법안의 퇴직연금 지배구조는 퇴직연금이 사용자와 연금사업자간의 관계로 간단히 설정되기 때문에, 확정급여형인가 확정기여형인가에 따라 지배구조가 달라지는 듯한 입법을 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법안에는 확정급여형 퇴직연금사업자의 규제를 언급한 규정이 존재하지 않는다. 외국의 예에서 살펴본 것처럼 연금사업자의 규제는 연금의 지배구조에 있어 중요한 부분의 하나이다. 법안에서 확정급여형 퇴직연금사업자에 대한 규제규정을 두지 않은 이유는 첫째, 사용자가 퇴직연금의 최종지급책임을 부담하기 때문에 확정급여형 연금사업자에 대한 특별한 규제가 없어도 근로자의 확정급여연금을 확보할 수 있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현실적으로 확정급여형연금은 상장회사와 같이 자금여력이 있는 대규모회사만이 채택할 것으로 보이고, 이러한 대기업의 경우에는 사용자가 최종지급책임을 담보하는 한 근로자의 연금은 확보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둘째, 확정급여형퇴직연금의 경우, 근로자를 수익자 또는 피보험자로 하는 보험 또는 신탁에 가입하도록 하고 있는데(법안 제10조 제1호), 보험계약 혹은 신탁계약을 체결하는 금융기관에 대한 규제는 재정경제부의 소관사항이기 때문에 법안에서는 언급하지 않고 재경부의 금융관계법률로서 연금수익자에 대해 규제하는 방안을 고려했을 수 있다.

지금 단계에서는 퇴직연금제도의 시행 자체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퇴직연금제도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퇴직연금 지배구조를 장기적으로 다음과 같이 개선할 필요가 있다.

첫째, 영국의 경우 Maxwell 사건 이후 사용자를 연금관계에서 경원시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지금은 이를 개선하여 수탁자가 사용자의 조력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이 강구되고 있다. 이에 반해 우리의 경우 연금사무관리업무와 운용감독업무를 일차적으로 제3자에게 위탁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사용자가 연금을 설정한 이후에도 계속 연금사무관리업무와 운용감독업무와 연관되어 있고, 따라서 사용자의 역할이 필요 이상으로 강조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연금관계에 제3자를 선임하여 그에게 연금사무관리와 운용감독의 일차적 책임을 부여해 연금의 설정단계 이후에는 사용자의 역할을 축소시킬 필요가 있다.

둘째, 우리 기업연금에서도 영국과 미국의 기업연금에서와 같이 연금사무관리와 연금운용감독에 대해 일차적 책임을 지는 제3감시자를 선임하는 경우, 영국과 미국의 기업연금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제3감시자의 의무의 정도와 책임의 범위에 관한 몇 가지 문제가 우선 해결되어야 한다.

우선 제3감시자가 지는 주의의무의 정도 혹은 보유해야 할 전문지식의 정도가 어느 수준이어야 하는가 문제된다. 영국과 미국의 예에서 본 것처럼 기업연금의 수탁자는 어느 정도의 객관적인 수준의 주의의무가 요구되므로 일정 수준의 전문지식이 요구된다고 생각된다. 하지만 모든 제3 감시자가 투자에 전문지식을 가질 필요는 없고, 제3감시자 가운데 투자전문가로 구성된 하위투자위원회를 둘 수 있으면 제3감시자는 전체적으로 보아 객관적인 수준의 전문지식을 보유한 것으로 인정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제3감시자에 대해서는 운용사의 운용실적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구체적인 서면투자원칙을 작성하도록 하여야 한다. 또 운용실적의 평가에 있어서 평가방법을 peer group benchmark model이 아니라 customised/index benchmark model을 사용하도록 하고 평가주기도 장기로 설정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제3감시자가 수행하는 역할과 관련해 부담하는 이러한 의무와 책임에 상응하는 보수를 지급해야 할 필요가 있다. 제3감시자가 수행하는 역할은 복잡한 것이고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전문지식의 보유자가 전문가의 주의의무를 베푸는데 상응하는 보수를 지급해야 한다. 보수지급은 이들의 법적 책임을 “일반인”의 주의의무가 아닌 “업무에 익숙한 자”의 주의의무를 기준으로 하여 부과하는 경우 더욱 필요하다.

셋째, 근로자의 최대수익을 위해서는 최선의 연금사업자를 선임해 최선의 자산운용을 하도록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법안과 같이 사용자가 연금사업자를 선정하는 경우에는 사용자의 의무사항으로, 혹은 수탁자의 선임이 강제되는 경우에는 수탁자의 의무사항으로 연금사업자의 객관적 선정문제에 대해 규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 연금사업자의 선정 뿐만 아니라 운용실적의 평가에 있어서도 객관적인 기준을 정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사업자 혹은 제3감시자의 운용실적의 평가는 앞에서 본 것처럼 customised/index benchmark model을 사용하여야 하고 장기적인 평가주기를 가져야 한다.

마지막으로, 기업연금의 지배구조는 연금관계의 당사자인 근로자, 사용자, 제3감시자, 연금사업자 사이의 이익충돌관계 혹은 역할관계를 고려하여 각 당사자에게 필요한 의무와 책임을 부여함으로서 정립되는 것이다. 따라서 기본적으로 이러한 관계를 반영하는 기본적인 지배구조가 먼저 정립되어야 하고, 연금사업자가 확정급여형 연금사업을 하는가 혹은 확정기여형 연금사업을 하는가에 따라 지배구조가 결정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우리의 지배구조 논의에 있어서도 먼저 근로자, 사용자, 제3감시장, 연금사업자 간의 관계를 고려한 통일적 지배구조를 원칙적으로 먼저 정립하여야 하고, 그 다음, 연금사업의 내용에 따라 구체적인 변경을 가하는 요인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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