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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국회법 개정의 효과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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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자 김재훈(金載勳) , 김상신
  • 발행일 2015/12/31
  • 시리즈 번호 20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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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의회는 헌법에 따라 법과 제도를 제정하고 정비하며, 국회법은 이러한 의회의 입법과정을 규율하는 대표적인 법으로서 법안의 통과와 지연 등의 입법성과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2004년 대통령 탄핵, 2008년 한⋅미 자유무역협정 처리 등의 과정에서 한국 국회의 의회폭력이 국내외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되었으며, 원내 정당 간 법안처리 과정에서 집권여당 출신 국회의장의 직권상정과 이에 대항하는 야당의 물리적 충돌이 빈번히 발생해 왔다.

18대 국회에서는 107개 안건이 의장의 직권으로 상정되었으며, 야당은 법안처리 저지를 위해 물리력을 행사하는 등 소위 동물국회의 행태가 정점에 달하였다. 이에 2012년 5월 다수의 횡포와 물리적 충돌을 막고, 충분한 의사개진과 합법적 토론을 통해 소수의 권익을 보호하고자 소위 「국회선진화법」으로 불리는 국회법 개정안이 제안되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였다.

국회선진화법은 국회의장의 직권상정권한의 제한, 자동 위원회상정제도, 안건조정위원회제도, 의안 신속처리제도, 예산안 자동부의제도와 소수당의 법안처리 지연을 위한 합법적 의사진행방해제도 및 국회 내 폭력에 대한 제재 등을 도입하였다. 19대 국회부터 국회선진화법의 적용으로 국회 내 폭력사태는 사라졌지만, 법안의 처리가 어려워지고 지연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법안처리 곤란의 이유로 여당에서는 국회선진화법에 대해 헌법소원까지 제기하는 사태가 벌어지는 등 많은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본 연구에서는 국회선진화법의 어떠한 제도가 법안 지연 및 입법제한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지 밝혀 추후 국회법 개정의 방향을 가늠하는 데 기반을 마련하고자 한다. 분석을 위해 국회선진화법 도입 이전(18대 국회)과 이후(19대 국회) 의원들의 행태 변화와 균형법안을 이론적으로 논의하고, 검증 가능한 가설을 도출하였다. 나아가 행태 변화를 통한 입법절차별 입법시간 및 입법결과의 차이에 대한 가설을 실증적으로 검증하였고,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국회법 개정과 제도개선에 대한 함의를 도출하였다. 이론적 논의를 통해, 국회선진화법의 안건조정위원회제도 도입으로 야당위원들이 사실상 상임위원장의 게이트키핑권력을 행사함에 따라 발생하였을 것으로 생각되는 4가지 가설을 도출하였다.

실증분석은 18대 국회와 19대 국회 전반기 의안정보를 통해 18대 국회는 5,787건, 19대 국회는 8,757건의 법안을 분석대상으로 하였고, 기초자료 분석, 케플란-마이어 생존계수 분석, 콕스 비례위험모형을 활용하여 분석하였다. 분석 시 18대 국회에서만 허용된 직권상정의 효과를 배제하기 위해서 직권상정으로 처리된 법안은 자료에서 배제하였다.
18대 국회와 19대 국회의 법안처리 결과와 처리에 소요된 시간을 비교분석한 결과, 전체 입법기간, 상임위원회 처리기간 분석에서 19대 국회가 18대 국회에 비해 법안의 처리에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또한 18대 국회와 19대 국회의 상대당 의원 입법협조 현황, 동일 사안에 대한 법안 수의 비교, 협상에 의한 법안처리 비율 등을 비교하였다.

안건조정위원회제도의 도입 효과로 첫째, 야당이 상임위원회의 게이트키핑권력을 실질적으로 행사하는 것, 둘째, 안건조정요구가 실질적인 입법지연 효과를 발휘하도록 상대당 발의 법안에 대한 입법협조가 감소하는 것, 셋째, 안건조정의 근거가 되는 동일 사안에 대한 법안이 증가하는 것을 들 수 있다. 이러한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19대 국회는 18대 국회에 비해 법안처리소요시간이 증가하고 법안처리가능성이 감소한 이면에 안건조정위원회제도로 인해 야당이 상임위원회의 실질적 게이트키핑권력을 독점하게 된 측면이 존재함을 입증하였다.
또한 국회선진화법의 안건조정위원회제도의 도입으로 입법교착에 빠진 여당발의 법안에 대해 야당이 입법교착에 빠진 야당발의 법안을 묶어서 통과시키는 전략을 활용하기 때문에 여당발의 법안 가결률과 야당발의 법안 가결률이 비슷해지는 현상이 발생하였다. 이는 안건조정위원회제도를 통한 야당의 상임위원회 게이트키핑권력 장악, 법안처리의 다급성 등으로 인해 여당이 원내대표 협상에서 야당의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는 입장을 반영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실증분석 결과는 최근 여야 간 대립이 극심한 ‘노동 5법’과 ‘경제활성화법안’을 중심으로 살펴본 사례분석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나고 있다. 사례분석 결과를 보면, 여당발의 법안에 대한 야당의 대체법안과 유사법안들이 발의되며, 상임위원장이 야당소속 의원인 경우 상임위 상정조차 쉽지 않고, 상임위원장이 여당소속 의원이어서 상임위 상정이 이루어진 경우에도 이후 논의가 진행되지 못하는 현상이 발생하였다.

이론적 논의와 실증적 분석을 바탕으로 다음과 같은 국회법 개정방향을 제안한다.

첫째, 선거제도의 결함에 대한 논의를 떠나 민주주의의 기본원리는 선거제도를 통해 다수를 차지한 정당과 대통령이 책임과 헌법적 테두리 안에서 국가정책을 운영하고 그 결과에 대해 차기 선거에서 책임을 지는 것이다. 소수자의 보호라는 미명하에 국민에게 선택받지 못한 정당이 국회의 모든 권력을 갖게 되는 것은 국정의 책임소재를 불분명하게 만들 수 있고, 국민의 선택권을 받은 정권이 입법권을 제대로 행사할 수 없을 경우에는 시행령 변경 같은 편법적인 정책시행이 불가피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현행 국회법에 규정되어 있는 안건조정위원회제도의 폐지나 그 결의요건 완화를 생각할 수 있다. 또한 국회법에는 이미 상임위원회 내에 소위원회제도를 두고 있으므로, 소위원회와 같이 운영하는 방법 역시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여야 간 상임위원장의 배분은 여야 간 관례와 정당 간 의석 수에 따라 배분되고 있으나, 국정의 책임을 지지 않는 정당이 상임위원장의 게이트키핑권력을 통해 수권정당의 공약을 실천할 법적 기반 마련을 저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불필요한 낭비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더불어 상임위원장이 야당에 배분되고 있는 법제사법위원회의 체계자구 검토는 각 상임위원회별로 전문위원의 기능 강화나 소위원회 등을 통해 충분히 대체할 수 있으며, 이 경우 법제사법위원회에서의 정당 간 이견 표출로 인해 법안처리가 지연되는 문제를 일부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여당이 다수당의 지위를 차지하더라도 모든 상임위원회에서 다수를 차지할 수 없는 경우에 대비해 국회법 제87조와 제95조가 마련되었을 것으로 사료된다. 즉, 상임위원회에서 법안이 부결되더라도 본회의에 부의할 수 있게 하고 다수의 선호에 배치되는 법안이 본회의에 상정되더라도 수정할 수 있는 규정을 둠으로써 의사결정을 신속히 할 목적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의도와는 달리 법안처리가 지연되는 결과를 낳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국회법 제87조와 제95조를 대체하는 재적과반을 요건으로 하는 위원회배제 규정과 운영위원회에서 본회의 의사결정규칙을 사전에 정하도록 하는 규정을 신설할 필요성이 있다. 법안의 성격과 법안에 대한 여야의 입장에 따라 다른 의사결정규칙을 사전에 여야합의로 정하여 그에 구속되도록 함으로써 보다 신속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넷째, 대부분의 논자들이 국회선진화법의 문제로 제기하는 신속처리제도의 요건과 관련해서, 신속처리제도는 과거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에 비견될 수 있는데, 과거 집권당이 직권상정할 때마다 야당의 격렬한 반대에 직면했고 동물국회의 단초가 되었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문제를 재발시키지 않기 위해 미국의 경우와 같이 신속처리대상이 될 수 있는 경우를 국회법에 정해 놓고, 이에 대해서만 일정한 요건(예컨대, 재적 1/3 혹은 1/2 이상의 요구)을 만족하는 경우 허용하는 방법을 생각할 수 있다.

국회법과 국회의사규칙은 민주주의의 기본원리에 충실하면서 다수와 소수의 균형, 권한과 책임의 균형, 견제와 균형의 조화를 목표로 구성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균형과 조화가 무너지면 그 피해는 모두 국민이 지게 될 수밖에 없음을 여당과 야당 모두 상기하면서 제도개혁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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