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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적 남북경협과 대북정책에의 시사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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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자 이석(李碩)
  • 발행일 2013/12/31
  • 시리즈 번호 20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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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본고는 남북경협과 관련된 한 가지 가상적인 질문을 제기하고 이에 대답하기 위한 것이다. 우선 본고의 질문은 ‘북한의 정치⋅군사적 도발로 남북관계가 극도로 경색되고, 이로 인해 사실상 모든 남북경협이 중단되어 있는 상태에서도, 여전히 한국사회가 무언가 남북경협을 실행하기를 원한다면, 이에 어떻게 대응하는 것이 정책적으로 가장 바람직할 것인가’라는 것이다. 이에 대답하기 위해 본고에서는 그간 한국사회가 추진해 온 남북경협의 목표와 현실을 검토하고, 이를 토대로 남북관계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한국사회의 입장에서 지속적으로 추진되는 것이 보다 합리적인 경협의 형태를 찾아내어, 이를 전략적 남북경협이라고 정의한다. 그리고 이를 토대로 전략적 남북경협을 위한 구체적인 정책체계와 프로그램을 설계하고 이러한 정책들이 실현될 경우 그것의 현실적인 효과는 과연 어떻게 될지를 일종의 시뮬레이션 기법을 동원하여 분석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몇 가지 중요한 결론에 도달하는데, 이를 집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한국사회는 크게 세 가지의 목적을 가지고 남북경협을 추진한다. 하나는 경제적 상업성이고, 다른 하나는 남북관계의 관리이며, 마지막 하나는 통일을 대비하는 차원의 남북한 격차의 해소이다. 그런데 이 가운데 처음 두 가지는 모두 남북관계의 변화에 의해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고, 실제로 이에 따라 경협의 수준을 적절히 조절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남북관계의 변화란 곧 북한의 경제적 리스크의 변화를 초래하고, 그 결과 한국사회가 남북경협을 통해 기대하는 상업성 자체가 변화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한 남북관계의 변화는 이러한 관계를 관리하기 위한 남북경협의 실효성의 변화를 의미하며, 이로 인해 결국 남북관계 관리를 목적으로 하는 정부 주도의 비상업적 경협 역시 그 수준을 변화시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미래의 통일을 대비하여 남북한의 사회⋅경제적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남북경협은 이와는 개념적으로 약간 다르다. 이러한 경협은 설사 남북관계가 변화한다고 하더라도 그에 따른 남북한의 사회⋅경제적 격차 해소 가능성 자체가 아예 영향을 받지 않거나 또는 상대적으로 작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보면 통일을 대비하는 목적의 남북경협은 남북관계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지속되거나, 적어도 그 수준이 급변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결코 합리적이라고는 볼 수 없다.

둘째, 이러한 통일 대비 남북경협은 몇 가지 중요한 특징이 있다. 우선 그것은 한국사회가 통일비용 절감이라는 그의 미래 편익을 위해 상대적으로 장기적으로 꾸준히 추진한다는 성격을 갖는다. 다시 말해 정치⋅군사적인 남북관계의 부침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비탄력적으로 일관되게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 이러한 경협은 한국사회의 대북⋅통일 정책에 그에 상응하는 유연성과 자율성을 부여한다는 특징이 있다. 문제는 이와 같은 형태의 경협만이 존재할 경우 남북관계의 변화에 따라 한국사회의 경제적 레버리지 자체가 소멸할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현재 우리가 보고 있는 것처럼 남북관계가 일정 수준 이하로 악화될 경우 개념상 일체의 상업적 목적 및 남북관계 관리 목적의 경협이 중단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반면, 통일 대비 경협은 이러한 남북관계의 변화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롭게 지속될 수 있고, 따라서 이러한 경협이 존재할 경우 한국사회는 한편으로는 남북관계의 변화에 대해 경협을 레버리지로 사용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이러한 레버리지의 소멸 자체를 방지하는 유연성을 얻게 된다. 또한 한국사회가 스스로의 목적에 따라 새롭게 상업적 목적 및 남북관계 관리 목적의 경협을 재개하기를 원할 경우 이러한 통일 대비 경협을 효과적으로 조정하여 이들의 마중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통일 대비 경협은 한국사회의 대북⋅통일 정책에서 매우 다양한 측면으로 활용될 수 있는 탄력성 또한 보유하고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통일 대비 경협을 한국사회의 전략적 남북경협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셋째, 전략적 남북경협은 그 본질이 한국사회가 부담해야 할 미래의 통일비용을 절감하기 위한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경협이 존재할 수 있는 이유는 미래의 통일비용을 결정하는 특별한 요인들 때문이다. 실제로 미래의 통일비용은 크게 두 가지의 요인에 의해 결정되는데, 하나는 통일시점에서 북한경제가 가지는 소득이나 자본, 노동의 수준과 같은 요인들이며, 다른 하나는 통일 이후 전체 한반도의 사회⋅경제적 상황과 이에 따른 각종 사회적 결정들과 같은 요인들이다. 그런데 후자의 통일비용 요인에 대해서는 현재의 시점에서 우리가 영향을 미칠 수 없지만, 전자의 통일비용 요인들에 대해서는 현재의 우리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현시점에서 통일시점까지 한국사회가 북한경제에 지속적이고도 체계적이며 합목적적으로 개입하는 경우, 그렇지 않은 경우와 비교해 볼 때, 통일시점에서 북한경제가 가지는 소득이나 자본, 노동의 수준과 같은 요인들은 근본적으로 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전략적 남북경협은 바로 이러한 통일비용 요인들에 대해 현재의 시점으로부터 한국사회가 개입하는 것을 가능하게 해주는 경제적 활동이다.

넷째, 그런데 통일시점에서의 북한의 소득, 자본, 노동의 개념은 당시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모든 소득과 자본, 노동의 개념과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왜냐하면 북한은 통일시점까지 발전된 시장경제와는 다른 일종의 사회주의 경제체제를 유지할 가능성이 있으며, 이로 인해 북한이 가지고 있는 총소득과 노동, 자본 가운데 상당 부분은 통일 이후의 발전된 시장경제로 전이되지 않고 소멸되거나 무의미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전략적 남북경협이 추구하는 것도 단순히 북한의 모든 소득, 자본, 노동을 극대화하는 것이 아니라, 통일시점에서 새롭게 북한에 적용되는 발전된 시장경제체제에 곧바로 전이될 수 있는 북한의 초기 소득, 자본, 노동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전략적 남북경협은 여타의 경협들과 마찬가지로, 아니 이들보다 더욱 세밀하고 체계적으로 설계되어야만 비로소 제대로 기능할 수 있는 특징을 갖는다.

다섯째, 현재의 수준에서 전략적 남북경협을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정책수단들은 주로 북한의 초기 노동의 규모와 질을 함양하는 수단들에 집중되어 있다. 물론 통일시점에서 북한의 초기 자본이나 소득의 수준을 끌어올리기 위한 정책수단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들 대부분은 북한의 핵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현실화되기 힘든 것들이다. 이에 따라 북한 핵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상황에서 한국이 스스로의 결단에 따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전략적 남북경협 수단들은 주로 북한 노동의 규모와 질을 증대시키는 것에 초점이 맞추어질 수밖에 없다.

여섯째,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전략적 남북경협의 각각의 정책수단별 효과를 시뮬레이션해 보면, 그 결과는 북한의 노동에 영향을 미치는 정책수단들이 여타 소득이나 자본에 영향을 미치는 정책수단들보다 미래의 통일비용을 더욱 크게 감소시키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북한의 노동과 관련한 전략적 남북경협의 효과가 다른 대상에 대한 효과보다 훨씬 클 수도 있다는 의미이다. 이는 비록 현시점에서 북한의 노동과 관련한 정책수단만을 사용할 수 있다는 전략적 남북경협의 한계가 분명하다고 하더라도, 이를 통한 동 경협의 실제 활용이 충분히 의미가 있음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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