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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집단의 순환출자: 시장규율과 감독규율의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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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자 임영재(林暎宰) , 전성인(全聖寅)
  • 발행일 2009/05/30
  • 시리즈 번호 20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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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본 보고서는 시장의 규칙을 위반하는 행위에 대해서 이해당사자를 통한 시장규율의 작동을 보다 효과적으로 만들어주기 위한 인프라는 무엇인가라는 문제의식으로부터 시작되었다. 나아가서 인프라의 형성을 촉진하기 위해 정부정책이 기여할 수 있는 바는 무엇인가라는 문제를 고민하고 있다. 본 보고서는 이러한 고민을 우리나라 기업집단의 환상형 순환출자 문제에 적용하고 있다.

이해관계자에 의한 사후적 규율이 우리나라 기업집단의 환상형 순환출자 문제에 대한 효과적인 시장규율로 작동할 수 있는가를 구체적으로 생각해 보기 이전에, 미국 델라웨어 주 회사법 사례를 검토해 보는 것은 많은 시사점을 던져 준다.

미국 델라웨어 주 회사법 106조 제C항은 다음과 같다.

“Shares of its own capital stock belonging to the corporation or to another corporation, if a majority of the shares entitled to vote in the election of directors of such other corporation is held directly or indirectly, by the corporation, shall neither be entitled to vote nor counted for quorum purposes.”

이 조항의 의미는, 어떤 회사(A)가 다른 회사(B)의 이사 선임을 결정할 수 있을 만큼 B회사의 의결권 있는 보통주를 보유하고 있고 나아가서 B회사가 직접적으로든 간접적으로든 A회사를 지배하고 있는 경우에는, A회사가 보유한 B회사의 보통주는 의결권이 없으며, B회사 주주총회 개최 시 정족수의 산정에도 포함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B회사가 직접적으로 A회사를 지배하고 있는 경우는 기업집단의 직접 상호주에 해당되고, B회사가 간접적으로 제3의 회사(C)를 경유해서 A회사를 지배하고 있는 경우는 기업집단의 환상형 순환출자에 해당된다.

미국 델라웨어 주 회사법의 이러한 조항은 어떤 회사의 경영을 책임질 이사 선임의 권리를 회사의 참된 주인에게 온전하게 귀속시킨다는 취지에서 비롯된 것이고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지고 있다. 기존의 경영진이 회사의 참된 주인의 이사 선임 권리 중 상당한 부분을 직접 상호주 또는 환상형 순환출자를 통하여 자신의 통제하로 빼앗아오는 기업집단 소유구조에 대한 정책대응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점은 이러한 미국 델라웨어 주 회사법 규정이 실제로 이해관계자들 간 법정 다툼에 의해 살아 있는 시장규율로 작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사실은 본 보고서가 전개하는 논의가 하나의 이론적 가능성을 점검해 보는 작업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에서 실제로 작동할 수 있는 시장규율의 한 형태를 구체적으로 형상화해 보는 작업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나라에서 환상형 순환출자 형성행위는 외환위기 이전에는 그 정도가 미미하였으나, 외환위기 이후 몇 년에 걸쳐 급속하게 증가하였다. 환상형 순환출자가 형성되었던 역사적 과정을 살펴보면, 많은 경우 그룹의 경영권 승계와 관련이 있고, 그룹 분할, 대규모 기업인수 등이 동시에 진행되었음을 알 수 있다. 여러 실제 사례들의 공통된 유형을 통해 문제의 본질을 설명해 보자.

핵심계열사 A가 대규모 유상증자를 통해 소액주주로부터 조달한 자금이 계열사 B를 거쳐 계열사 C에 출자된다. 기업인수 등을 통한 사업 확장(또는 구조조정)의 과정인데, 이때 핵심계열사 A의 지배주주는 지배권의 일정 부분을 시장의 투자자들에게 나누어줄 수밖에 없다. 즉, 지배권이 희석되는 과정이다.

그런데 여기에서, 계열사 C가 출자받은 자금으로 소액주주가 보유하고 있는 계열사 A의 주식을 시장에서 취득한다고 하자. 계열사 A에 자금을 출자한 소액주주 입장에서 보면 이는 출자 자금을 회수하는 과정이다. 기업집단 내부로 출자된 자금이 최종적으로는 기업집단 밖으로 사라지는 것이다.

문제의 본질은 그 결과에서 나타난다. 소액주주가 가지고 있던 핵심계열사 A에 대한 의결권이 계열사 C로 넘어가게 되고, 결과적으로 처음의 지배권 희석과정은 없던 일로 되는 것이다. 이는 아무런 비용 없이 계열사 간 의결권을 창출하는 것이며, 계열사 소수주주의 의결권을 인위적으로 축소시켜 지분이익을 침해하는 것이다.

요약하자면 이와 같은 환상형 순환출자구조의 형성과정은 그 중요한 효과가 (아무런 비용 없는) 경영권 방어임을 잘 보여주고 있다. 비용을 지불하지 않은 경영권 방어시스템의 구축으로 잠재적 피해를 입는 그룹은 인위적으로 지분 비율이 축소된 소수주주들이고, 궁극적으로는 기업경영권 시장의 위축을 불러올 것이다. 그런데 이 소수주주들은 사실 기업경영권 시장의 활성화에 있어서도 중요한 열쇠를 쥐고 있는 그룹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환상형 순환출자구조의 형성행위에 대한 효과적 사후규율의 한 예는, 지분이익을 침해당한 소수주주가 해당 주주총회 결의의 무효를 확인하는 소송을 쉽게 법원에 제기하도록 여건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이때 기업집단의 계열사 간 출자와 관련한 복잡한 정보가 시장에서 효과적으로 이해관계자에게 전달되도록 하는 것이 필수적인데, 이는 감독기관(공정위)의 중요한 역할이다.

다단계 피라미드식 출자에서 한 단계만 맨 위로 출자되면 환상형 순환출자가 되는데, 그 마지막 한 단계가 과연 얼마나 경제력집중을 더할까 하는 의문이 들 수 있다. 이는 매우 타당한 의문이다. 마치 탈세가 그룹의 경영권 승계 등에 이용된다면 경제력집중과 간접적 관련이 있을 수 있는 것처럼, 환상형 순환출자도 그룹의 경영권 승계 등에 활용된다면 경제력집중과 간접적 관련이 있다. 그러나 탈세가 모든 회사에 공통된 기본질서를 왜곡하는 것처럼 환상형 순환출자의 형성행위는 우리나라 주식회사제도를 왜곡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환상형 순환고리를 구성하는 계열사들의 가공자본은 그다지 큰 문제가 아니다. 기업집단 전체의 재무정보를 나타내주는 연결재무제표 정보가 시장에서 투자자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되는 시스템만 구축되어 있다면 합리적 투자자들은 현상에 현혹되지 않고 본질을 볼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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