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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국가예산과 정책목표: 지역개발정책의 방향과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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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자 고영선(高英先) , 김광호(金光浩) , 김종일(金鍾一) , 정완교(鄭完橋) , 김형태(金亨泰) , 김재훈(金載勳) , 이민형, 윤희숙(尹喜淑) , 김희삼(金熙三) , 김경환(金京煥) , 박현(朴賢)
  • 발행일 2008/12/31
  • 시리즈 번호 20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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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역대 정부는 전국의 균형 잡힌 발전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펼쳐 왔다. 이러한 노력은 대개 수도권에 대한 각종 규제와 비수도권에 대한 각종 재정투자의 형태를 띤다. 특히, 최근의 참여정부는 ‘국가균형발전’을 주요 국정과제로 선정하고 국가균형발전특별법 제정, 국가균형발전특별회계 설치, 지역혁신체계 구축, 지방대학 혁신역량 강화,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 등을 추진하였다.

이러한 국가균형발전정책에 대해 지금까지 많은 문제점이 지적되어 왔다. 특히, 수도권에 대한 각종 규제가 국가경제 전체의 경쟁력 약화를 초래할 가능성이 집중적으로 거론되었다. 그러나 그와 마찬가지로 중요한 문제는 중앙정부 주도의 재정투자가 지방의 중앙의존을 심화시키고 자립화를 더 어렵게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참여정부가 지방의 자생력을 제고하기 위해 시작하였던 사업 가운데 많은 사업은 기획·집행·평가의 모든 단계에서 중앙부처에 의해 주도됨에 따라 지방의 주인의식과 책임의식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일부 부처는 자신의 사업과 예산을 늘리는 기회로 균형발전정책을 활용한다는 느낌마저 주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방의 개발의지와 정책역량은 영원히 길러질 수 없고 균형발전이라는 미명 아래 중앙부처의 권한만 강화될 가능성도 있다.

향후 정치민주화의 진전에 따라 중앙정부는 지방의 요구에 대해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앞으로 어떤 정부가 들어서더라도 ‘균형발전’은 핵심적인 정책목표로 표방될 전망이다. 참여정부의 뒤를 이은 실용정부 역시 균형발전을 중요한 정책의제로 삼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여러 가지 문제점이 고쳐지지 않은 상태로 정책이 지속될 경우 궁극적인 지역의 자생력 확보는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본 연구는 이러한 문제의식 아래 지역개발정책의 방향과 전략을 재정립하기 위한 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그 핵심적 주장은 다음과 같다.

첫째, 지역개발정책의 목표로서 ‘균형발전’은 적절치 않다. 신경제지리학(new economic geography)의 이론적 논의에 의하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자 하는 생산활동의 지역적 집중은 불가피하다. 우리나라에서도 지역 간 경제력 격차는 지역별 산업특화에 따른 자연스런 현상으로 파악된다. 또 각국의 사례를 참고할 때 균형발전정책은 성공할 확률보다 실패할 확률이 더 높다. 따라서 지역개발정책을 추진함에 있어 지역 간 형평성에 집착하지 말아야 하며, 모든 지역을 동일하게 도와주기보다는 성공 가능성에 따라 차별적으로 도와주어야 한다. 또한 수도권 규제는 대폭 완화해야 한다.

둘째, 지방정부를 지원할 때에는 지방의 개발의지와 정책역량을 배양하는 데 초점을 맞춤으로써 지방의 자생력을 길러주어야 한다. 무엇보다 각종 지역개발 관련 정책을 중앙 주도가 아닌 지방 주도로 전환해야 하며, 이를 위해 많은 국고보조금을 포괄보조금화할 필요가 있다. 또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역할분담을 명확히 규정하고, 이에 따라 R&D, 사회복지, 교육 등의 각 분야에서 때로는 분권화, 때로는 집중화를 추진해야 한다. 명확한 역할분담은 지방의 주인의식과 책임의식을 확보하는 한편 정책의 효율성과 효과성을 높이는 데 필수적이다. 이와 더불어 지방세의 가격기능을 제고하고 경선을 통해 국회의원 후보를 선정하는 상향식 공천제도를 도입하는 일도 필요하다.

본 연구보고서의 각 장은 이러한 결론에 도달하기 위해 각종 이론적 ·실증적 분석 및 해외사례 검토를 실시하고, 중요 분야별로 구체적인 정책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먼저 제1장에서 김광호(KDI)는 기존 문헌의 검토, 각종 지표의 국제비교, 국내 지역개발정책의 역사적 개관 등을 통해 지역개발정책의 목표와 전략을 이상과 같은 방향으로 재정립할 필요가 있음을 역설한다. 제2장에서 김종일(동국대)은 산업활동 데이터를 바탕으로 우리나라의 지역 간 경제력 격차, 특히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의 경제력 격차가 어떤 형태로 나타나고 있는지 분석하고 이를 신경제지리학의 관점에서 해석한다. 제3장에서 정완교와 김형태(KDI)는 유럽연합(EU), 이탈리아, 프랑스, 영국의 지역개발정책을 살펴보고 우리나라에 대한 시사점을 도출한다. 제4장에서 고영선(KDI)은 일반적인 중앙과 지방의 역할분담 원칙 및 중앙정부 보조금의 합리적 설계방안을 살펴보고, 지역개발정책의 대표적인 수단인 국가균형발전특별회계의 포괄보조금화 방안을 제시한다. 제5장에서 김재훈(KDI)은 지방재정조정제도 및 국회의원 공천제도에 관한 정치경제학적 분석을 시도한다. 이를 위해 정교한 이론모형을 구성하였다. 제6장에서 이민형(STEPI)은 R&D 부문에 있어 ‘자율책임예산관리체계’의 도입을 주장한다. 이는 지역의 전문 책임혁신주체가 지역혁신사업을 주도하고 중앙정부는 이들에게 권한을 이양하는 방식이다. 제7장에서 윤희숙(KDI)은 복지부문에 있어 중앙과 지방의 역할분담이 제대로 정립되지 않은 채 분권화가 진행되고 있음을 문제로 인식하고, 중앙정부에 대한 그리고 지역주민에 대한 지방정부의 책임성을 확보하기 위한 여러 정책대안을 제시한다. 제8장에서 김희삼(KDI)은 지방대학 문제를 이해하기 위해 각종 데이터를 분석하였다. 이를 바탕으로 그는 중앙정부가 지방대학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보다 초중등교육환경의 지역 간 격차를 낮추는 데 노력을 집중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한다. 제9장에서 김경환(서강대)은 수도권 규제의 현황을 평가하고, 국가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수도권정책의 개선방안을 제시한다. 제10장에서 박현(KDI)은 국가 재원배분의 기준으로 활용되는 지역개발지수의 산정방법을 논의하고 새로운 대안을 모색한다. 이하의 각 절은 이러한 각 장의 내용을 요약한 것이다.


제1절 지역개발정책의 목표와 전략 재정립

지역개발정책은 정치·경제·사회적 요소가 복합된 민감한 문제로, 정책의 효과성과 수용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모든 관점을 아우르는 심도 있는 분석과 논의를 통해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각 관점에서 내세우는 주장의 논리와 사실관계를 따져보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 지역개발정책에 대한 경제학적 분석은 이러한 맥락에서 큰 의미를 가진다.

우리나라의 지역개발정책은 산업연대 중에는 경제성장을 위한 도구적 수단의 측면이 강했다. 그러나 이 시기부터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의 격차를 완화하려는 노력들이 시작되었고, 특히 1990년대 후반 이후에는 지역 간 균형발전이 주요 국정과제로 제시되어 적극적으로 추진되었다.

경제학적 관점에서 보았을 때 현재와 같은 방식의 지역균형정책, 특히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격차의 완화를 목표로 하는 정책은 몇 가지 문제를 가지는 것으로 보인다. 우선 경제활동이 중심지로 집적하는 현상은 시장의 힘에 따른 자연적인 현상으로 그 자체가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집적이 과도하거나 외부성을 낳을 때 정부의 개입이 필요한 것인데, 현재의 상황이 정부가 개입하여 인위적으로 공간 재배치를 해야 할 단계라고 규정하기 위해서는 보다 엄밀한 분석이 필요하다. 실제로 국제비교를 통해 살펴본 결과, 우리나라의 인구 및 소득집중도가 높은 것은 사실이나 지역 간 소득불평등도나 여타 생활여건의 격차가 크다고 보기는 어려운 것으로 나타난다.

한편, 균형발전이 성장이나 국가경쟁력 제고와는 일반적으로 양립 가능하지 않다는 점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최근의 이론적·실증적 연구결과 및 외국 지역정책의 경험과 사례에 따르면, 집적지역의 시설이나 자원을 인위적으로 분산하는 형태의 균형발전은 성장과는 동시에 추구할 수 없는 정책목표일 가능성이 높다. 또한 소득분배 개선이 정책목표일 경우 지역균형발전은 그를 위한 효과적인 정책수단이 되지 못할 뿐 아니라 오히려 소득분배를 악화시킬 가능성도 있다. 평균적으로 부유한 지역에도 가난한 사람이 있고 평균적으로 가난한 지역에도 부유한 사람이 있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향후 지역개발정책은 인위적으로 경제활동을 재배치하여 지역 간 균형을 추구하기보다는 각 지역의 자생적 성장능력을 키워주는 데 주력하는 방향으로 나갈 필요가 있다. 현재와 같이 지역사업에 대한 대부분의 권한이 중앙에 있는 상황에서 지방은 자체적 역량을 키우기보다는 중앙의 재원을 유치하는 데 힘쓰게 되며, 이러한 구조하에서는 지방의 자생적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 따라서 지역의 자생적 성장동력과 소득기반 창출에 대한 궁극적 책임을 지방정부가 지고, 중앙정부는 지역사업의 효율적인 설계와 실행을 위해 정보와 인력을 제공하는 등 지역발전을 위한 건설적 조력자로서의 역할을 담당하여야 할 것이다. 이러한 역할분담을 위해서는 각종 권한, 특히 재원과 그에 대한 처분권이 대폭적으로 지방으로 이전되어 지방의 자율성 강화가 실질적으로 뒷받침될 필요가 있다.

자율성과 책임성의 제고를 통한 지방의 자생적 성장동력 창출은 급격하게 세계화·지식기반화되어 국가 간 경쟁이 치열해지는 현재의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경쟁력을 갖추고 지속적인 성장을 이루기 위해 필수적인 것으로 보이며, 이를 위한 구체적 전략의 모색이 다각도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제2절 지역경제력 격차에 관한 연구

일반적으로 지역경제력 격차가 최근에 확대되었으며, 특히 수도권 대 비수도권의 경제력 격차가 확대되고 있다고 인식되고 있다. 이를 시정하기 위하여 수도권 입지규제와 함께 지방에 대한 산업정책적 지원이 추진되었다. 이러한 정책에 앞서 지역경제력 격차를 어떻게 보아야 하며, 지역적 격차가 현재 어떻게 나타나고 있는가에 대한 논의와 분석이 필요하다.

지역계정 등 다양한 통계를 통하여 살펴보면, 1990년대 이후 지역 간 생산성 격차가 확대되고 있지만 이는 지역별 산업특화와 경제발전에 따른 산업구조의 변화가 맞물려 발생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지역 간 격차 확대에도 불구하고 동일 산업 내의 지역 간 변폭이 확대되는 뚜렷한 경향성은 찾기 어렵다. 1990년대 이후 경공업이 사양화하며 대단위 중화학공업단지가 있는 지역의 생산성이 빠르게 증가하였으며, 광역도시의 제조업이 퇴조하며 광역도시와 기타 지역 간의 생산성 격차가 확대되었다. 이와 함께 경제에서 서비스업의 비중이 증가하며 각 지역의 광역도시는 생산보다는 소비의 중심지로 그 성격이 변하였지만, 교통의 발전과 지식기반 서비스업의 성장으로 인구규모가 크고 전통적으로 교육·연구·행정 기능이 집중된 서울의 서비스 생산우위현상이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의 격차 문제를 살펴보면, 전문직의 경우에는 모르겠으나 전반적인 노동시장의 상황이 비수도권에서 상대적으로 악화되고 있는 추이를 발견하기는 어렵다. 생산성 측면에서 수도권은 노동집약적인 경공업과 서비스업에서, 비수도권은 중화학공업에서 상대적으로 우위를 보이는 산업적인 분업이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소득과 소비 측면에서 수도권의 우위는 지속되고 있는데, 이것은 수도권이 교육·의료·문화 등의 인프라를 기초로 다양한 전략·소비·문화 서비스의 생산에서 우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비도시에서 생산하고 도시에서 소비하는 생활패턴이 확산되고 있으며, 도시와 비도시 간의 역할분담에 있어 제조업보다는 서비스 생산기지로서 도시의 역할이 부각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비수도권 광역도시는 서비스를 서울에서 순이입하는 형편으로, 서비스 생산의 열위를 보이고 있다. 따라서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 문제는 제조업보다는 서비스업의 격차로 설명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수도권의 서비스 생산우위는 수도권에 수도로서의 제도적 기능이 집중되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더 큰 원인은 수도권이 충분한 규모의 인구를 보유함에 따라 서비스 수요와 공급에 있어서 다양성과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다는 데서 찾을 수 있다. 이러한 수도권의 서비스 우위는 교통 인프라의 확충으로 지역 간의 시간적 거리가 줄어들면서 더욱 강화되고 있다.

이렇게 볼 때 지역경제력 격차는 신경제지리학의 논리에 따라 지역 간 산업특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파악되며, 형평성의 논리에 따라 반드시 해결되어야 할 문제로 볼 필요는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지역경제력 격차를 규제나 보조금을 통하여 시정하고자 하는 것은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도 힘들고 경제적으로도 비효율적일 가능성이 높다. 집적과 규모의 효과로 인해 발생하는 특정 지역으로의 산업집중은 누적적 연쇄효과를 통하여 장기간 지속되기 쉽다. 이것은 국가경제 전체로 볼 때 비효율의 원인이라기보다는 경쟁력의 원천일 수도 있다.


제3절 유럽 지역개발정책의 사례 및 시사점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많은 나라에서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경제활동의 지역적 격차가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각 나라들은 각각의 지역적 경제활동의 격차 정도와 지역 간 형평성에 대한 정치적 이해에 따라 다양한 지역개발정책을 시행해 왔다. 특히, 유럽연합 및 유럽의 각국은 지역 간 경제활동의 격차를 완화하기 위해 오랫동안 지역개발정책을 추진해 왔다.

유럽연합(EU)은 초기에는 시장이 확대되면 생산성이 증가하고 생산요소들의 자유로운 이동에 의해 지역 간 격차가 완화되리라는 고전경제학적 이해하에 꾸준히 경제통합을 추진해 왔다. 그러나 실제 지역 간 격차는 오히려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에 따라 경제적 통합뿐만 아니라 정치적 통합까지 목표로 하는 유럽연합은 이러한 지역 간 격차를 완화하기 위해 구조기금 등의 정책수단을 사용하여 왔다. 이러한 지원 위주의 정책은 국가 간의 경제격차를 줄이는 데 다소 기여했지만, 유럽연합 내 지역 간 격차를 완화하는 데는 실패했으며 자원의 효율적인 배분을 왜곡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탈리아, 프랑스, 영국의 경우에는 1930년대 대공황과 이후 제2차 세계대전의 후유증으로 나타난 인구와 경제활동의 수도권 집중과 심각한 지역격차를 완화하기 위해 낙후지역에 대한 개발보조금, 세금유인책과 같은 인센티브 정책, 복지 및 소득지지와 같은 대규모 공공지출정책, 그리고 사회간접자본의 확충을 위한 대규모 재정지출정책을 실시해 왔다. 그러나 이러한 지역개발정책은 경제적으로 비효율적이었을 뿐 아니라 낙후지역의 재정지출에 대한 의존도를 높여 낙후지역의 개발에 실패했다고 평가되고 있다.

이에 따라 EU와 유럽 각국의 지역개발정책은 중앙정부가 낙후된 지역을 정하고 여러 가지 지원을 제공하는 하향식 정책에서, 지역의 특수성에 초점을 맞추어 지역과 지역기구의 역량 강화, 지역사회와 산업의 연계 강화, 공공과 민간의 협력 강화를 통해 지역이 스스로 발전할 수 있는 내생적 성장기반을 조성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또한 단순히 형평성을 강조하기보다는 효율성을 함께 추구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EU와 유럽 각국이 추진하는 지역개발정책의 목표와 규모, 각 정책의 수립과 집행에 있어 배경적 맥락은 우리와 다를 수 있다. 또한 정책은 단순히 기대효과에 의해서만 채택되는 것이 아니라 경제적 상황과 정치적 이해에 의해 결정된다. 다국적기업이나 첨단기술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다른 나라와 경쟁해야 하는 국제환경의 변화도 지역개발정책에 영향을 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럽 내 지역개발정책의 성과와 변화는 우리나라의 지역개발정책을 설계함에 있어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한다.


제4절 국가균형발전특별회계의 포괄보조금화 방안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역할분담 설정에 있어 고려해야 할 것으로는 재정대응성, 규모의 경제, 지역 간 선호의 이질성, 납세자의 이동성, 지방정부 간의 경쟁 등이 있다. 이 가운데 가장 기초적인 것은 재정대응성(fiscal equivalence)의 원칙인데, 이는 지역에 혜택을 낳는 사업은 그 지역의 지방정부가 지방세를 거두어서 추진해야 하며, 전국적인 혜택을 낳는 사업은 중앙정부가 국세를 거두어서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측면에서 보면 지역개발정책은 지방정부가 담당하는 것이 적절하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중앙정부는 지역개발에 관한 정치·사회적인 책임을 방기하기 어려워 많은 종류의 지역개발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는데, 그 중요한 매체는 국가균형발전특별회계(균특)이다. 현재 균특은 여러 문제를 안고 있다. 불분명한 정체성, 형평에 초점을 맞춘 재원배분, 지역사업에 대한 국고지원, 사후평가의 미흡, 중앙정부 주도의 사업형태, 복잡하고 경직적인 사업구조 등이 그것이다. 특히, 중앙정부 주도로 사업이 운영됨에 따라 지방정부의 참여의식과 책임의식이 미흡하다. 이런 상황에서는 지방의 내재적 성장잠재력을 배양하기가 매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여러 중앙부처가 유사한 목적을 가진 수많은 사업을 추진하고 있어 지방정부가 신축적으로 재원을 조정할 수 있는 여지가 작다. 또한 국고보조사업의 형태가 유지됨에 따라 지방의 창의와 실험을 유도할 여지가 작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균특을 포괄보조금화할 필요가 있다.

중앙정부가 지방정부에 제공하는 보조금(grants)은 크게 세 가지 용도를 가진다. 그것은 재원조달(financing), 지출보조(subsidization), 형평화(equalization)이다. 또한 보조금은 여러 가지 형태를 띨 수 있다. 균특은 용도 측면에서 재원조달의 성격이 강하며, 형태 측면에서 목적 재량보조금(특히 재원분담보조금)의 성격이 강하다. 그러나 지방정부의 비용절약노력을 유도하기 위해 바람직한 형태는 포괄보조금이다. 포괄보조금은 또한 지방정부가 신축적으로 사업을 구상하고 실행할 수 있도록 해준다.

균특을 포괄보조금화할 경우,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는 각각 다음과 같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첫째, 중앙정부는 보조금의 정책적 목표를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 또 지방정부의 성과를 측정하기 위한 성과지표를 설정해야 한다. 둘째, 각 지방정부는 목표와 전략, 그리고 사업계획을 수립하고 성과목표를 설정해야 한다. 중앙정부는 지방정부의 사업계획과 제반 역량을 검토하여 재정지원의 적합 여부를 판정해야 한다. 셋째, 중앙정부는 이전재원의 한계생산성이 가장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으로 재원을 배분해야 한다. 이러한 지역은 통상 개발수요가 높은 지역, 그리고 제반 역량이 우수한 지역이 될 것이다. 넷째, 중앙정부는 지방정부가 당초 약속한 성과목표를 달성했는지, 그리고 자금집행이 적법하게 이루어졌는지 점검해야 한다. 또 사업평가(program evaluation)를 실시하고 성과향상을 위한 제도개선방안을 꾸준히 모색해야 한다.

이러한 포괄보조금제도의 도입은 우리나라 지방재정조정제도 전반의 각종 문제를 완화시키는 데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지방의 자율과 책임을 신장시키기 위해서는 지방세의 가격기능을 제고하는 한편, 현재 중앙정부가 수행하고 있는 기능 가운데 많은 기능을 재정대응성의 원리에 부합하는 범위 안에서 지방으로 이양하고, 이에 맞추어 지방재정조정제도 전반을 개편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제5절 지방자치제도에 대한 정치경제학적 분석

지역발전의 일차적인 책임은 지방정부, 지역정치인, 지역주민이 져야 한다. 이들이 지방재정지출의 효율성과 효과성을 극대화하고 새로운 지역발전방안을 찾기 위해 노력할 때 지역발전은 담보될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현재의 지방교부세 및 지방세 제도는 개편될 필요가 있다. 또 지역정치에 있어 경선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먼저 지방교부세제도를 살펴보면, 지방정부는 지방교부세를 남기지 않고 모두 사용할 유인이 크며, 그 재원을 낭비적인 사업을 포함하여 모든 원하는 용도에 신축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또 지방교부세 가운데 지역주민이 부담하는 부분은 매우 작기 때문에 지역정치인들은 주민들의 부담을 감안할 필요가 없다. 지역주민의 입장에서도 자신들의 지방세 부담으로 재원이 조달되지 않은 지역사업을 철저히 감시할 유인이 부족하다. 따라서 이론적 관점에서 지방교부세는 비효율적인 지출을 낳을 가능성이 높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지방분권의 활성화와 더불어 효율적인 지역발전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지방교부세제도의 규모를 축소하고 국세를 지방세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지방에서 사용하는 재원은 기본적으로 지방이 부담한다”는 원칙을 확립해야 한다. 이처럼 자치단체의 권한과 책무를 엄격하게 규정하고 그에 대응하는 재정권한 또한 부여할 때에만 재정의 낭비적 요소를 막을 수 있을 것이다.

경선제도의 도입 역시 중요한 문제이다. 현재 거의 대부분의 정당에서 사용하고 있는 하향식 공천제도를 상향식 공천제도인 경선제도로 전환해야 한다. 지역정치인으로서 능력이 검증된 인물들은 경선제도를 통해 중앙정치로 나아갈 수 있는 경로를 얻게 된다. 또 현직 지역구의원들은 지역정치인들과 경쟁하는 과정에서 지역발전을 위해 더 많이 노력하게 된다. 이 점에서 경선제도는 중앙정치의 발전뿐만 아니라 지역발전에 보다 효율적인 제도이다. 또 경선제도는 중앙정치로의 유인을 제공함으로써 지방정치인의 지대추구행위를 감소시키는 효과도 있다. 그리고 중앙정치에 참여하고자 하는 많은 능력 있는 인물들을 지방정치로 유도함으로써 지방발전에 도움을 주는 부수적인 효과도 낳는다. 경선제도는 또한 능력 있는 자치단체장들의 경력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고 자치단체장들의 혁신의지를 고취시킬 수 있다. 그뿐 아니라 지역구의원 및 지역정치인의 선별효과(selection effect)를 통하여 부도덕하고 무능력한 정치인을 정치무대에서 배제하는 효과가 있다. 이러한 중앙정치와 지방정치의 선순환적인 구조를 통하여 지역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경선제도의 도입이 긴요하다.

이러한 효과를 담보하기 위해서는 지방세의 사용에 대한 엄격한 감사제도를 도입하여 지방재정의 투명성을 강화해야 할 뿐만 아니라 중앙정치인의 직(職)으로부터의 혜택을 제한해야 할 것이다. 지역구의원이 향유하는 직책으로부터의 이득이 지나치게 크고 중앙정치인이 되기 위한 경로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능력 있는 정치지망생들이 중앙정치무대로만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이러한 제도개선을 통해 보다 많은 능력 있는 인재가 지역발전을 위해 뛸 것이고 이러한 인재들을 통하여 지역발전의 기반이 보다 공고해질 것이다.


제6절 지역혁신과 자율책임예산관리체제

21세기 지식기반경제시대를 맞이하여 각국은 새로운 혁신시스템의 활성화에 핵심역량을 결집해 가고 있다. 앞으로 지역산업의 균형적 발전을 위해서는 지역기반 조성정책과 같은 급속한 하드웨어 정책보다 혁신주체들의 자생적인 혁신역량과 창의성을 점진적으로 육성하는 새로운 소프트웨어 정책이 중요하다.

지역혁신을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의식개혁이다. 지역경제 활성화와 관련된 제반 이해관계자들은 진정한 공동체 의식과 위기의식을 공유해야 한다. 또한 ‘우물 안 개구리’식의 폐쇄적 사고방식과 지역이기주의에서 벗어나 개방된 의식구조를 갖추어야 한다.

지역혁신 자생력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도록 하기 위해서는 적정한 사업수행자금을 안정적·지속적으로 지원하는 일 역시 중요하다. 안정적인 지원방식에서 핵심적인 내용은 수익출연과 자본출연으로 이원화된 예산지원이다.

의식개혁과 안정적 예산지원을 바탕으로 새로운 지역혁신모델을 구축해야 한다. 이 모델의 핵심요체는 위임과 자율책임 그리고 유효한 평가 및 관리감독이다. 그러나 중앙정부가 지방정부에 모든 권한을 위임하고 책임을 묻기에는 지역의 자체 경영역량이 아직 미흡한 상태이다. 현재로서 실현 가능한 방안은 기존의 큰 틀은 유지하면서 부분적인 정책개선으로 예산지원시스템을 보완하는 것이다. 이를 위한 개선방안은 다음과 같다.

첫째, 자본출연에 의한 예산지원시스템을 전략적으로 선택해야 한다. 자본출연 방식의 예산지원은 지역혁신을 위한 점진적인 자생력 육성에 안정적인 효과가 있을 뿐 아니라 지역혁신의 감독지배구조의 유효성을 제고시킨다.

둘째, 중앙정부의 지역혁신사업을 발전적으로 통합 및 재조정해야 한다. 여러 정부부처들이 경쟁적으로 난립하여 추진하고 있는 지역혁신사업의 추진을 범부처적으로 과감히 통합·재조정해야 한다. 그러나 당장 통합·재조정이 어렵다면, 최소한 중앙정부 지역혁신사업의 추진 시작일정만이라도 단일화하여 불필요한 지역혁신의 거래비용을 최소화시켜야 한다.

셋째, 지역혁신을 위한 전문 책임혁신주체의 전략기획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현재 각 지역 전략사업기획단의 전략기획기능을 과감하게 개선하여 지역 차원에서 필요한 전략적인 지역혁신사업을 중앙정부의 간섭 없이 주도적으로 기획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

넷째, 전문 책임혁신주체의 기관평가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 지역혁신 성장동력 중심의 종합사업구조에 대한 평가를 필두로 창의적 지역혁신역량의 활성화를 극대화하는 데에 목표를 둔 기관평가를 도입해야 한다. 지금처럼 기관평가 결과를 서열화하는 데에만 이용하지 말고 창의적 지역혁신역량의 획기적인 활성화를 촉진하는 데에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도록 활용해야 한다.

다섯째, 이러한 과정을 통해 전문 책임혁신주체가 명실상부한 지역 혁신활동의 구심체로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발전시켜야 한다. 이런 역할수행에서 중요한 것은 지역에서 수행되는 NIS 사업에 대한 조정 및 연계 역할이다. 이를 위해서 중앙정부의 NIS 사업과 RIS 사업 간의 연계조정이 중요하다.

지역의 자생적 역량에 기반한 제2의 지역혁신정책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정책적 도약을 위한 이상과 같은 혁신모델을 전략적으로 선택해야 할 것이다.


제7절 복지부문의 균형발전을 위한 정부 간

역할의 정립

복지부문의 발전을 위해서는 분권화의 진전이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지역주민의 욕구를 가까이에서 파악하여 대응해야 하는 사회복지서비스의 성격상 지방자치단체와 지역사회, 주민의 자발적 참여 등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가적 정책목표를 추구하기 위해 중앙정부의 역할이 불가결한 경우들이 존재하며 지방정부의 역량 수준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분권화를 추구하는 과정은 매 단계 긍정적 효과와 부정적 효과 사이의 균형을 찾거나, 보완장치를 마련해 가는 과정으로 이해되어야 할 것이다.

참여정부 초기에는 이러한 점을 고려하지 않은 채 중앙의 여러 사업을 대거 지방으로 이양한 결과, 중앙사업과 지방사업 간 성격 차이가 미미하고 정부 간 책무성 관계 또한 불분명해지는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민간공급기관이 서비스 공급을 주도하고, 지방정부가 서비스의 질과 양을 제어할 장치를 갖지 못하는 복지부문의 대표적인 문제 역시 중앙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이 미흡했던 것에 주로 기인한다. 이러한 점들은 분권화를 추구한다는 것이 모든 부문에 있어 중앙정부의 리더십을 한꺼번에 방치하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으며, 지방이양의 기준과 순서, 시기를 적절히 계획하여 이행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복지부문의 과제와 분권화의 문제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책임성, 지방정부와 지역주민 간의 책임성 관계로 치환하여 살펴볼 수 있다. 중앙정부의 역할은 빈곤층 대상의 사업 등 중앙의 정책수립과 밀접히 연계된 사업들이라고 할 수 있으나, 지역의 구체적인 정보를 가진 지방정부가 이를 관장하는 것이 더 용이한 측면도 존재한다. 따라서 중앙과 지방의 역할을 설정함에 있어, 이러한 점을 고려한 포괄보조금(block grants)을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 포괄보조금은 중앙정부가 지나치게 간섭하는 것을 막으면서 지방정부의 자율성을 증진하기 위해 보조금에 대략의 조건만을 부과하는 방식이며, 지방정부는 필수적인 수준의 책무성을 중앙에 대해 지게 된다.

지방정부의 지역주민에 대한 책무성 확립을 위해서는 서비스 공급기관에 대한 지방정부의 관리능력, 그리고 지방정부의 성과에 대한 중앙정부의 관리능력의 개선이 중요하다. 단지 권한과 책임을 지방으로 이양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지방정부가 지역주민에게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행정적·제도적·인적 역량을 함양시키기 위한 노력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지방정부의 노력과 성과에 대한 정보를 생성하여 유통시키기 위한 ‘지방자치단체 복지종합평가’가 개선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민간공급기관 평가기준과 계약관계의 정립도 당면한 주요 과제이다.

그러나 이러한 과제들에 앞서 우선적으로 중앙의 관리기능이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정도에 따라 장기적이고 단계적인 분권화 계획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이에 따라 정부사업 가운데 당장 이양할 수 있는 사업, 현재로서는 중앙의 관리가 필요하여 이양하기 여의치 않으나 지방정부의 역량 강화와 함께 장기적으로 이양할 필요가 있는 사업, 분권화가 진행되어도 여전히 중앙의 관리가 요구되는 사업을 구분해야 한다. 2004년에 지방이양된 사업은 이에 따라 재조정되어야 한다. 분권교부세제도는 중앙의 원격적 관리 속에서 지방의 관리기능을 강화시키는 진정한 의미의 포괄보조금으로 전환시키는 일이 필요하며, 이러한 분류작업은 교부세와 보조금제도의 전반적인 제도개편 구상과 맞물려 진행되어야 한다.


제8절 지방대학 문제의 분석과 정책방향

정부는 지방대학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가지 정책수단을 동원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은 현실에 대한 엄밀한 분석에 기초해야 한다. 그리고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역할분담에 대한 충분한 고려가 있어야 한다.

대졸자의 지역이동행태를 분석해 보면, 지방대학(특히 4년제 대학) 졸업자를 해당 지역의 노동력으로 간주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대졸자의 약 3분의 1이 서울지역에 취업하고 수도권에 취업하는 비율은 절반을 약간 상회하는 등 매우 많은 이동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더불어 가족의 경제력은 타 지역으로의 이동을 촉진하며, 지역 간 거리는 이동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음도 발견할 수 있다.

한편, 임금, 사업체 규모, 직무와 전공의 일치도와 같은 노동시장 성과 면에서는 서울 소재 대학과 비서울지역 대학 출신 간에 매우 큰 격차가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입학 당시의 학과 평균 수능점수를 통제하면 격차가 상당히 줄어든다. 임금의 경우 격차가 다소 남아 있지만 이 나머지 격차는 직장 특성의 차이를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 다시 말해 입학단계에서 수능성적이 높은 학생이 서울 소재 대학에 입학하며, 입직단계에서 서울 소재 대학 출신이 더 나은 조건의 직장에 취업하는 데서 임금 차이가 발생하고 있다.

이처럼 수능성적의 중요성이 확인된 분석결과는 지방대학 졸업생의 노동시장 성과가 낮은 주요 이유 중 하나가 우수 학생을 유치하는 데 있어서 지방대학의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라는 점을 암시한다. 하지만 이것을 지방대학 내부의 문제로만 볼 수는 없다. 지방대학의 발전이 지역경제의 발전을 견인하기보다는, 지역경제의 성장이 그 지역에 소재한 대학의 위상을 높이는 경향이 있다. 대학졸업생이 선호하는 대기업 본사 및 금융기관들이 밀집한 서울이 누리는 집적의 이익이 서울 소재 대학의 위상을 높여 온 것이다. 대학 경쟁력이 서울과의 인접성과 같은 외생적 요인에 의해 상당한 영향을 받는다면, 이는 개별 대학의 자체적인 노력만으로 극복하기는 어렵다.

그런데 정부 역시 이러한 문제에 정책적으로 대응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지방대학에 대한 재정지원 등 지방대학 육성정책을 통한 지역발전전략은 실증적 근거에 의해 설득력 있게 뒷받침되고 있지 않다. 물론 대학교육이 보편화된 상황에서 지방대학이 전임교원 확보나 시설 등에서 기본적인 교육여건을 갖추도록 하기 위한 개입은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 개입방식이 지원 일변도가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대학에 대한 재정지원의 효율성과 효과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지원에 앞서 부실대학 통폐합 등을 포함한 구조조정이 먼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한편 정책의 초점을 지방대학이라는 교육 공급자가 아닌 지방학생이라는 교육 수요자에게 맞추어 보면, 초중등교육환경의 지역 간 격차가 수도권 대학과 지방대학 사이의 격차 이상으로 중요할 것이다. 수능점수의 지역 간 격차에서 나타난 대입 이전의 학력 차이를 감안할 때 인적자원의 측면에서 지역 간 불균형은 대학에서 시작되기보다는 그 이전 단계의 초중등교육에서 출발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초중등교육단계의 지역 간 교육격차 완화를 위한 정책적 노력이 배가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더욱이 수도권 대학과 지방대학 졸업생 사이의 임금격차에 대한 적절한 정책대응을 사후적으로 찾기 어려운 상황을 감안하면 지방의 초중등교육환경을 개선함으로써 지역 간 학력격차를 줄이는 데 주력할 필요성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


제9절 수도권 규제에 대한 재인식과 정책 전환

수도권 규제의 핵심은 수도권을 3개 권역으로 구분하여 권역별로 공장, 학교, 대형 건축물 등 인구유발시설의 입지를 규제하는 수도권정비계획에 의한 규제이다. 이 밖에 군사시설보호구역, 개발제한구역, 팔당 유역의 특별대책지역, 상수원보호구역, 수변구역 등 다양한 중복규제가 적용된다. 수도권 규제의 전제는 입지규제를 통한 인구 안정이 과밀과 환경오염, 교통혼잡 등의 문제를 해결하는 효과적인 방법이며 수도권 집중을 억제하면 비수도권이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수도권 규제는 수도권 인구집중 억제를 통해 수도권의 과밀문제를 해소하고 지역발전에 기여한다는 정책목표를 달성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기업의 투자 및 생산활동을 저해하고 수도권 주민의 삶의 질 개선에 필요한 택지와 여가공간의 공급을 제한하여 수도권의 대도시 경쟁력을 저하시키는 등 부작용을 야기하였다.

현행 수도권 규제가 정착된 후 20여 년이 지나는 동안 국내외 경제·사회 여건은 본질적으로 달라졌다. 국내적으로는 산업구조가 제조업 중심에서 서비스업 중심으로 개편되고 인구증가세가 둔화되는 한편 소득증가에 따른 양질의 주거서비스와 여가공간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외부적으로는 글로벌 경제체제 속에서 대도시권 간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특히, 세계 주요 대도시권들의 경쟁 심화로 영국, 프랑스, 일본 등은 국가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과거의 수도권 규제정책을 폐기 또는 완화하였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수도권정책은 본질적으로 변화가 없다. 참여정부는 필요에 따라 일부 수도권 규제를 선별적으로 완화하였으나 ‘선 지방육성, 후 수도권의 계획적 관리’라는 원칙을 고수하면서 ‘국가균형발전’의 틀에서 수도권정책을 시행하였다. 다행히도 현 정부는 국가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수도권 규제의 합리적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공장의 신설, 증설, 이전에 대한 규제개선책을 발표하였다.

수도권정책의 근본적인 개혁은 현행 수도권 규제를 철폐하고 수도권의 경쟁력 강화와 삶의 질 제고를 지원하는 계획적 광역관리체제로 전환하는 것이다. 특히, 수도권정비계획법의 권역구분 및 입지규제와 관련한 조항들을 전면 폐기하는 한편, 광역기반시설 투자 및 토지이용 효율성 제고와 관련한 자치단체 간 협력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또한 환경오염, 교통혼잡 등의 외부효과는 입지규제가 아닌 해당 외부효과 유발행위에 대한 직·간접적 규제로 해결해야 한다. 이처럼 수도권 내부의 문제는 계획과 가격정책으로 접근해야 하며, 지역발전은 수도권 규제와 분리하여 실질적인 분권화와 정책지원을 통해 추진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근본적인 정책 전환이 당장 어렵다면 현 체제 내에서 우선적인 개선을 모색하고 단계적인 접근전략을 택해야 할 것이다. 수도권 내 공업용지 조성과 첨단공장 신설 및 증설의 허용, 수질오염총량제의 운영 개선, 권역 구분의 세분화 및 차별적 관리의 도입, 수도권 내 낙후지역의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한 정비발전구역 도입, 주택과 관광지 개발에 대한 규제의 개선, 수도권에 대한 차별적 재정·조세 제도의 개선, 수도권 광역행정체계 정비 등이 우선적으로 추진되어야 할 과제이다.


제10절 지역개발지수의 산정

국가의 재원배분에 있어서 지역개발 정도가 중요한 요소로 고려되고 있는 상황에서 개발 정도를 판단하는 기준이 적절한가에 대해서는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다양한 낙후지역 개발정책들은 정책목표에 따라 각각의 낙후지역 판단기준을 채택하고 있다. 이때 지역의 개발 정도를 판단하는 기준은 정책담당자들의 선험적 판단 또는 전문가들의 의견에 의존하고 있으며, 낙후지역 판단기준이 적절한가에 대한 실증적 검토는 미흡한 실정이다.

지역개발 정도를 판단하는 기준에 대한 실증적 검토가 어려운 근본원인은 현재의 낙후 정도에 대한 일관성 있는 평가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제10장에서는 이와 같은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하여 각 시도의 지역개발 예산담당자를 대상으로 해당 광역자치단체 내 시군구별 지역개발 정도에 대한 순위를 설문조사를 통하여 조사하였다. 그리고 그 순위를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는 통계적으로 유의한 지역개발지수 산정모형을 추정하고 그 적절성을 검토하였다. 그 결과 대부분의 모형에서 공통적으로 노령화지수(또는 노령인구비율), 재정력지수(또는 지방세), 의료병상 수(또는 의료인 수) 등이 지역개발순위를 설명하는 데 통계적으로 유의한 지표로 선택되었다. 그 외에 인구, 산업경제, 복지, 인프라 부문의 다양한 변수들이 모형에 따라 통계적으로 유의한 것으로 분석되었다.

선택된 모형들의 현실 적합성을 검토한 결과, 선택된 지표의 조합에 따라 개별 자치단체의 지역개발순위가 큰 폭으로 변화하는 문제점이 발견되었다. 즉, 특정 모형을 선택할 경우 특정 모형에 포함되지 않지만, 다른 모형에서 여전히 지역개발순위를 설명하는 데 통계적으로 유의한 변수들을 지역개발지수의 산정에 포함시키지 않는 현상을 정당화하기 어려운 문제점이 존재하였다.

이와 같은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하여 선택된 분석모형들로부터 산정한 지역개발순위의 평균값을 기준으로 지역개발순위로 설정하는 방법을 시도하였다. 평균값을 사용하는 접근방법이 개별 모형에 의한 지역개발순위 설정방법에 비하여 현실 설명력을 제고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와 같은 접근방법은 통계적 유의성을 갖는 개별 모형의 포함범위에 따라 분석결과가 달라지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또한 본 연구가 의도한 통계적 유의성이 있는 지역개발지수 개발이라는 당초의 목적을 달성하기는 어려운 것으로 판단되었다. 적정성 검토 결과 평균값을 사용하는 접근방법은 현실 설명력에 있어서 현행 예비타당성조사의 지역낙후도지수와 유사한 수준을 나타냈다.

종합하면, 계량분석을 통한 지역개발지수의 구축이 현행 예비타당성조사의 지역낙후도지수에 비하여 현저한 개선을 달성하기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지역개발지수 및 순위를 설명하는 데 있어 현행 예비타당성조사의 지역낙후도지수를 사용하는 것이 적절한 것으로 판단된다. 참고로 현행 예비타당성조사의 지역낙후도지수는 인구증가율, 노령화지수, 재정자립도, 제조업종사자 비율, 승용차 등록대수, 도로율, 인구당 의사 수, 도시적 토지이용 비율로 구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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