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KDI연구

KDI연구원들이 각 분야의 전문보고서를 제공합니다.

거시

연구보고서

경제위기 이후 한국경제 성장: 평가 및 시사점

페이스북
커버이미지
  • 저자 한진희(韓震熙) , 신석하(辛석夏) , 허석균(許碩均) , 최용석(崔容碩) , 이시욱(李時昱) , 김대일(金大逸)
  • 발행일 2007/12/31
  • 시리즈 번호 2007-05
원문보기
요약 1. 연구의 목적 및 배경

외환위기 이후 10년의 기간처럼 한국경제의 성장이 비판과 우려의 시각에서 논의되었던 적도 흔치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과연 한국경제는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성장하여 선진국을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인가?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현재 한국경제가 당면하고 있는 문제점은 무엇인가? 이러한 문제점들을 해소하고 지속적 성장(sustained growth)을 유지하기 위해 어떠한 정책적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가? 아마도 이는 지난 수년간뿐 아니라 지금까지도 한국경제의 성장에 대해 가장 빈번히 제기되고 있는 질문들일 것이다.

본 보고서가 위의 질문들에 대한 모든 해답을 제공하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본 보고서는 위의 질문들을 염두에 두고 1990년대 이후 외환위기를 전후로 전개된 한국경제의 성장과정에 대한 특징적 사실들을 정리하고, 지속적 경제성장이라는 측면에서 한국경제가 처해 있는 현 상황을 실증적 분석을 통해 체계적으로 평가해 보고 그 시사점을 도출하는 데 목적이 있다.

본 연구의 배경은 대략 다음의 세 가지를 들 수 있다. 먼저 외환위기 이후 성장둔화의 직접적 요인 및 보다 근본적 원인에 대한 이해는 위기 이후 한국경제의 성장에 대한 이해 및 평가와 직결된다. 그리고 이러한 위기 이후 성장에 대한 올바른 인식은 거시경제정책의 운용뿐 아니라 중장기적 지속성장을 위한 정책방향 정립을 위해서도 매우 중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히 외환위기 이후의 급속한 성장둔화를 어떻게 이해하여야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체계적인 연구가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두 번째 배경은 경제위기 전후의 성장둔화가 한국경제가 당면한 대외환경의 급속한 변화가 진전되는 가운데 일어났다는 점이다. 중국의 고성장 및 세계시장에의 편입은 아마도 1990년대 이후 한국경제뿐 아니라 세계각국이 당면한 대외환경 변화 가운데 가장 중요한 사건일 것이다. 거대국인 중국의 수출주도형 고성장 및 국제 생산기지로의 전환은 한국을 포함한 각국에 기회 및 위협요인을 동시에 제공하고 있다. 특히 중국과의 지리적 근접성, 그리고 중국보다 기술 및 소득수준에서 앞서 있기는 하지만 중국과 마찬가지로 제조업 중심의 수출주도형 성장패턴을 갖고 있다는 점, 한중 상호 무역의존성 등을 고려할 때, 중국의 부상은 한국경제의 성장에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큰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면 중국의 고성장은 외환위기를 전후로 한 한국경제의 성장에 구체적으로 어떠한 영향을 미쳐왔는가? 그리고 그 부정적 혹은 긍정적 영향의 정체(nature) 내지 경로는 무엇인가? 종합적으로 한국 경제성장에 대한 중국의 영향은 어떻게 평가할 수 있으며, 그 영향은 외환위기 이후 어떻게 달라졌는가? 본 연구는 이러한 질문들에 대한 이해가 최근 한국경제의 성장을 평가하는 데 중요하다는 문제의식에서 추진되었다.

본 보고서의 세 번째 배경은 향후 한국경제의 지속적 성장을 위해 필수적인 고급인력 양성 등 생산성 향상과 혁신(innovation)의 기반여건 측면에서 과연 어떠한 문제가 있는가 하는 의문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많은 연구들은 한 국가의 중장기적 경제성장의 성과를 결정짓는 주요인이 생산성 향상임을 말해주고 있다. 그리고 그러한 생산성 향상과 혁신의 장기적 성과를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인 중 하나는 한 경제가 보유하고 있는 인력의 질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과연 한국경제는 생산성 향상이라는 측면에서 어떠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가? 창의적 고급인력의 수요가 증가하는 환경변화 속에서 한국경제는 이러한 환경변화에 부응한 고급인력의 공급 여건을 갖추고 있는가? 이러한 질문들에 대한 해답에 접근해 가고자 하는 것이 본 보고서의 세 번째 배경이다.

지난 수십년간 축적된 경제성장에 관한 방대한 문헌은 후발국의 지속적 경제성장(sustained growth) 및 선진국 따라잡기(catch-up)는 오히려 예외적인 것이지 일반적인 경향이 아님을 말해주고 있다. 한국경제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지속성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어떤 국가이든 국내외 환경변화 속에서 외부적 충격에 대한 저항력을 갖추어야 할 뿐 아니라 경제의 동태적 효율성을 유지하여야 한다. 그리고 그렇게 하기 위한 정책방향은 한국경제가 처한 상황에 대한 올바른 인식으로부터 출발한다.


2. 개별 논문의 요약

본 보고서는 서론을 제외한 총 6개의 장으로 구성되었다. 처음 두 장은 거시적인 측면에서 한국경제의 성장둔화의 요인을 분석한 것이고, 제4장 및 제5장은 중국의 부상과 국제적 생산분화의 진전이라는 환경변화의 영향을 살펴본 것이며, 마지막 두 장은 생산성 향상의 현황 및 생산성 향상의 요인으로서 교육의 질 문제를 살펴본 것이다.


경제위기 이후 한국경제의 성장둔화에 대한 실증적 평가

한국경제는 경제위기 이전에는 경이로울 정도로 높은 경제성장을 지속하였으나 위기 이후 성장률이 현저하게 둔화되었다. 본 연구는 이와 관련하여 경제위기 이후에는 한국경제 성장둔화의 근인(proximate cause)이 무엇인지, 그리고 국제비교적 관점에서 위기 이후 한국경제의 성장성과는 어떻게 평가될 수 있는지 살펴보았다. 또한 요소투입 또는 생산성이 둔화되었다면 이를 설명할 수 있는 요인은 무엇인지 간략하게 살펴보았다.

본 연구는 이를 위해 수량변수와 가격변수를 이용한 한국경제의 성장회계 분석을 수행하는 한편, 국가별 자료를 토대로 한 성장회계 분석 및 회귀분석도 실시하였다. 또한 중국으로부터의 수입경쟁이 투자증가율에 미친 영향에 대한 회귀분석도 시행하였다.

이러한 분석결과는 자본축적 둔화가 경제위기 성장둔화의 가장 중요한 근인임을 시사한다. 즉, 비록 인구구조 변화와 연관된 노동공급 증가의 둔화도 성장둔화 추세에 일부 기여했지만, 경제위기 이후 전개된 급격한 성장둔화는 주로 노동자 일인당 자본축적의 둔화에 의해 설명된다. 한편 총요소생산성은 성장둔화의 주된 요인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비록 위기 이후 한국경제의 총요소생산성 증가율이 1960년대 이후 평균과 비슷한 수준에 머물고 있지만, 적어도 위기 이전 1990년대의 수준보다는 높은 수준인 것으로 판단된다.

국제비교적 관점에서 볼 때, 위기 이후 노동자 일인당 GDP 증가율과 노동자 일인당 자본축적의 수준은 여전히 우수한 편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총요소생산성의 경우에도 전 세계가 2000년 이후 총요소생산성 증가의 둔화를 경험한 반면, 한국경제는 나름대로 과거의 총요소생산성 증가율을 유지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여전히 국제비교적 관점에서는 양호한 편이라고 할 수 있다.

한편 성장둔화의 주요 근인으로 나타난 자본축적의 둔화는 위기 이후 ‘투자위축’ 혹은 ‘투자부진’으로 이해하는 것보다는 위기 이전 경이적인 자본축적의 종료로 이해하는 것이 더 타당할 듯하다. 또한 1990년대 말 이후 자본축적 둔화의 상당 부분은 동아시아국에 공통적으로 영향을 미쳤던 요인에 의하여 설명될 필요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본 연구가 비록 성장둔화의 궁극적 원인을 규명하는 것에 주된 초점을 맞추지는 않았지만, 본 연구의 실증적 결과들은 성장둔화의 원인에 관한 여러 설명들을 평가하고 적절한 정책방향을 채택하는 데 유용한 자료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본 연구는 위기 이후 한국경제의 성장둔화가 자본축적 둔화를 초래하였던 원인들, 특히 그중에서도 동아시아 국가들의 공통적인 요인들과 상당 부분 관련이 있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본 연구는 기존 문헌들에 추가하여 중국으로부터의 경쟁압력 증가가 1990년대 이후 한국경제의 자본축적 둔화를 초래하였을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만일 이것이 사실이라면 위기 이후의 낮아진 투자율 및 성장률은 상당 부분 구조적인 성격을 지닌다는 점을 시사한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들에 대한 더욱 엄밀한 분석 및 이해가 한국경제의 위기 이후 성장 성과를 제대로 평가하기 위해서 필수적이라고 생각된다.


1990년대 이후 한국경제의 성장: 수요 및 공급 측 요인 분해

본 연구는 ‘1990년대 이후의 한국경제의 성장패턴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하는 물음에서 비롯되었다. 물론 여기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서는 다양한 방식의 분석기법이 적용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본 연구에서는 장기제약식하의 구조적 벡터자기회귀분석법(Structural Vector Auto Regression: SVAR)에 기초하여 우리나라의 경제를 오늘에 이르게 한 다양한 충격들을 식별하고 각각의 상대적 기여도를 구분하고자 하였다. 이를 위해 Blanchard and Quah(1989)가 제시한 바와 같이 장기제약식을 사용하는 SVAR을 네 개의 경제모형에 적용하였다. 이 네 개의 모형에는 B-Q(1989)의 2-변수 모형과 이를 확장한 3-변수 모형, 그리고 Stock and Watson(2002)의 폐쇄경제모형을 외환시장체제와 통화정책을 기준으로 확대 변형시킨 다른 두 개의 모형이 포함된다.

각 모형으로부터의 추정결과를 충격반응 및 예측오차분해 분석의 형식으로 정리ㆍ비교한 결과 다음과 같은 두 가지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첫째, 경제성장률의 변동은 생산성의 충격에 주로 기인하며, 이와 같은 경향은 2000년대 이후 더 강해진 것으로 보인다. 이는 2000년대 이후 우리 경제의 성장이 잠재성장률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음을 시사한다.

둘째, 2000년대 이후 충격반응의 크기나 지속성이 전반적으로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 무역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 상황에 비추어 볼 때 2000년대의 전 세계적인 低금리, 低인플레이션 및 견실한 성장세, 그리고 중국경제의 부상이 자본 및 수출ㆍ수입 수요의 안정적인 확보를 도모하여 특히 각 부문 충격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반감시켰을 개연성이 있다.

분석에 사용된 모형과 식별에 사용된 충격의 다양한 조합에도 불구하고 위의 두 가지 패턴은 일관되게 관측된다. 이와 같은 결과에 비추어 볼 때, 2000년 이후 우려되고 있는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 저하현상은 잠재성장률 하락과 궤적을 같이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중국의 부상이 한국 제조업의 생산 및 투자에 미친 영향

중국의 고성장 및 세계 경제로의 편입은 1990년대 이후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국가들이 당면하였던 가장 중요한 대외환경의 변화라고 할 수 있다. 거대국인 중국의 수출주도형 고성장 및 국제 생산기지로의 전환은 한국을 포함한 각국에 기회 및 위협 요인을 제공하고 있다. 그러면 중국의 고성장은 외환위기를 전후로 한 한국경제의 성장에 구체적으로 어떠한 영향을 미쳐왔는가?

본 연구는 중국의 고성장이 한국 제조업의 생산 및 투자에 미칠 수 있는 다양한 경로를 고려하여 종합적으로 중국의 고성장이라는 환경변화가 한국경제의 성장에 미친 영향이 외환위기 전후 기간별로 어떻게 변화하여 왔는가를 살펴본 논문이다. 이 논문은 특히 중국의 부상이 구체적으로 어떠한 경로를 통하여 한국 제조업의 성장에 혜택과 위협을 주었는가 하는 문제를 밝혀보고자 하고 있다.

본 연구에서의 실증분석 결과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중국과의 ‘경쟁’이라는 측면에서 바라볼 때 중국의 급속한 수출 증대는 한국시장에서뿐만 아니라 제3국 시장에서 커다란 위협으로 작용하였던 것이 사실인 것으로 보인다. 또한 그러한 위협은 특히 경제위기 이전에 보다 강하였던 것으로 보이며 경제위기 이후 최근에는 어느 정도 약화된 측면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둘째, 중국경제의 부상은 중국 내의 투자수요 증대 그리고 그에 따른 자본재 수입수요 증대를 통하여 특히 한국 제조업의 성장에 긍정적인 기회요인으로 작용하였으며, 이러한 현상은 경제위기 이후인 최근에 보다 강하게 나타난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생산공정의 분화(fragmentation of production)에 따른 중간재 수출경로를 통한 긍정적인 영향의 증거는 발견하기 어려웠다.

본 연구의 분석결과는 외환위기 이후 중국의 내수, 특히 투자수요가 한국 제조업의 성장을 지탱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따라서 본 연구는 한국경제의 지속 성장을 위하여 한중 무역관계의 안정성 확보가 매우 중요한 과제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현재 한중 무역관계의 안정성을 뒷받침할 제도적 장치는 미비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최근 중국의 수출구조가 고기술부문을 위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음을 감안할 때, 앞으로도 중국의 부상에 따른 부정적 영향으로부터 한국이 자유롭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생각된다. 따라서 중국의 고성장이 한국에 미칠 수 있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고 긍정적 영향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으로 중국과 차별화된 기술여건 및 요소부존 여건을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해외직접투자의 국내 설비투자 및 수출 파급효과 분석

최근 우리 기업들의 해외직접투자가 빠르게 늘어남에 따라 해외직접투자가 국내 생산활동 및 중장기적 경제성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국내의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해외직접투자를 통해 생산시설이 급속히 이전됨에 따라 현지생산을 통해 만들어진 제품들이 국내의 수출을 대체하는 동시에 동 상품의 수입으로 인해 국내 생산활동을 위축시킬 것이라는 우려를 피력하고 있다. 반면, 해외투자를 통한 기업의 고부가가치 활동에의 특화와 경쟁력 제고가 해외이전을 하지 않았다면 후발개도국과의 경쟁으로 인해 위축될 수도 있는 국내 생산 및 고용을 오히려 늘릴 수 있는 기회로 작용한다는 견해도 존재한다.

본 연구는 경제 전반, 산업 및 개별 기업 등 총 3단계의 통계자료를 이용한 실증분석을 통해 해외직접투자와 국내 경제활동 간의 관계를 규명하고 있다. 본고의 분석결과에 따르면, 우리 기업들의 해외직접투자 확대가 국내 투자나 수출을 구축했다는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 총량분석의 경우 해외투자와 국내 생산활동 간의 명확한 연관성이 입증되지는 않으나, 산업이나 해외투자기업에 대한 미시적인 분석에서는 이러한 변수들 간에 보완적인 관계가 존재한다는 점이 실증되었다. 특히, 이러한 보완성은 고기술산업을 중심으로 외환위기 이후의 시기에 집중적으로 나타난 것으로 분석되었다.

산업 전반에 대한 해외투자의 순효과를 비교적 잘 식별한 것으로 사료되는 산업수준 분석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해외투자가 1% 증가 시 국내 설비투자는 0.04% 증가하게 된다. 수출의 경우에는 해외투자가 1% 증가하게 되면, 당해 연도 및 차기 연도의 수출은 각각 0.02%와 0.03% 확대되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이를 금액으로 환산하게 되면, 해외직접투자 스톡이 1억원 증가하면, 국내 설비투자는 0.3억원, 당해 연도 및 차기 연도의 수출은 각각 2.4억원과 2.8억원 정도 증가함을 의미한다.

최근 국제적으로 분업구조가 빠르게 확대되는 추세를 고려해 볼 때, 향후 해외직접투자가 설비투자, 수출 등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는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 기업이 국제경쟁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해외직접투자 활성화 등을 통한 국제분업체제로의 능동적 편입과 이를 통한 산업구조 고도화 및 국제경쟁력 제고에 노력해야 한다. 특히, 우리의 지정적학 위치 및 기술수준을 고려해 볼 때, 중국효과(China effect)를 적절히 활용하는 전략이 효과적이다. 중국의 산업 발전으로 중국의 수출품목이 고도화될수록 기술집약적 핵심 부품 및 소재에 대한 수요가 더욱 증대되어 우리나라 부품산업 육성의 호기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이러한 분업구조 변화에 대응하여 우리의 경쟁우위를 역동적으로 자리매김하여 분업의 이익을 최대한 확보하는 전략의 마련이 필요하다. 아울러, 중국뿐만 아니라, 인도, 베트남 등의 국가들과도 경제적인 유대를 강화하여 첨단제품 및 핵심부품 공급을 확대하는 국제분업체제를 확립해야 할 것이다.

국제비교적 관점에서 본 1990년대 이후 한국의 산업별


생산성 추이 및 결정요인 분석

1997년 발생한 경제위기를 비롯하여 1990년대 들어 한국경제를 둘러싼 대내외적 경제환경은 매우 급속하게 변화하였다. 대내적으로는 경제위기 그 자체에 의한 충격뿐만 아니라 그 이후 한국정부가 추진한 금융ㆍ노동ㆍ공공ㆍ기업 등 소위 ‘4대부문 개혁’을 통해 국내 생산자 및 소비자들이 직면하는 경제활동 환경이 크게 변화하였다. 또한 대외적인 변화로는 세계화의 급속한 진전, 중국경제의 급속한 부상 및 세계경제로의 편입, 기술선진국들을 중심으로 한 정보통신기술의 비약적 발전 등을 들 수 있을 것인데, 이들은 1990년대 이전의 경제환경 변화에 비해 그 속도나 규모에 있어 한국경제 미치는 영향이 더욱 컸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대내외적인 환경변화 속에서 1990년대 이후 한국경제의 산업별 성과는 어떠한 모습을 보여왔는가? 제4장에서는 이와 같은 질문에 답하기 위한 실증분석을 통해 1990년대 이후 각 산업별 총요소생산성의 추이를 국제비교적 관점에서 분석하고 그 주요 결정요인들에 대하여 논의하였다. 보다 구체적으로 제4장에서는 1990년대 한국 및 주요 OECD 국가들의 산업별 자료를 활용하여 한국의 산업별 총요소생산성의 수준이 각 산업별 기술선도국(technology frontier)에 비해 어느 정도의 위치에 와 있으며, 그리고 1990년대를 통해 그 추세는 어떠하였는가에 대한 실증분석을 시도하였다. 추가적으로 총요소생산성 격차를 설명할 수 있는 요인들은 어떠한 것들이 있는가에 대해 분석하였다.

전체 산업을 제조업을 비롯한 9개 부문으로, 다시 제조업을 10개 세부문으로 나누어 분석한 결과, 제조업의 경우 1990년대를 통해 기술선도국과의 총요소생산성 격차가 점차로 좁혀져 온 데 반해, 비제조업의 경우에는 그러한 현상이 관찰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산업별 총요소생산성의 국제비교적 측면에서 판단할 때, 1990년대의 대내외적인 환경변화에 대해 제조업의 성과 내지는 대응이 비제조업의 그것에 비해 전반적으로 우월하였다고 평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이와 같은 제조업의 총요소생산성이 기술선도국 수준으로 수렴하는 정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는 산업별 연구개발(R&D)투자 및 인적자본 집약도가 중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산업의 개방 정도 역시 제조업의 총요소생산성 증가에 유의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같은 결과는 향후 한국 제조업의 생산성을 선진국 수준에 보다 근접시키기 위해서는 활발한 R&D 투자 및 인적자본에 대한 투자가 필요할 뿐 아니라 적극적인 개방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교육의 양적 확대와 신규 노동력의 질적 변화

경제성장에 있어서 노동력의 질(labor quality)이 갖는 중요성은 이미 많은 연구에서 강조되어 왔다. 우리나라에 있어서는 경제발전에 요구되는 인적자본의 축적이라는 측면, 산업구조의 변화, 기술진보, 세계화 등에 따른 고기능 노동력에 대한 수요확대라는 측면, 그리고 고령화에 따라 경제활동인구의 생산성이 제고될 필요성이 확대되고 있다는 측면 등에서 노동력의 질적 제고의 필요성이 높다고 판단된다.

우리나라에서는 최근 2004년 2년제와 4년제 대학에 대한 진학률이 80%를 넘어서고, 고등학교 학력 이상 소지자의 비중은 100%에 이르는 등, 고등교육이 지속적으로 확대되어 왔다. 이와 같은 교육의 양적 확대는 고급 노동력에 대한 수요 확대에 부응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될 수 있지만, 그 과정에서 질적인 개선효과도 충분하였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의 여지가 있다. 노동력의 질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는 점차 고학력화되고 있는 청년층이 실질적으로 노동시장에서 우수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본 연구에서는 신규로 진입하는 근로자들을 출생연도에 따른 세대(cohort)와 학력으로 구분하여 각 그룹의 생산성, 또는 노동력의 질을 평가하였다. 노동력의 질을 노동시장의 성과인 고용과 임금을 기준으로 평가하였는데, 분석결과에 의하면 고학력 노동력의 질이 최근 세대로 올수록 빠르게 하락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고학력 가운데에서도 상위 계층과 중위 계층의 질적 하락이 두드러지고 있어, 노동력의 질이라는 측면에서 하향 평준화 경향이 유발되고 있음을 실증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러한 고학력 노동력, 특히 최상위 노동력의 질적 저하의 배경에는, 고등교육의 빠른 양적확대로 인해 질적인 측면에 대한 투자가 상대적으로 위축된 점, 또한 진학률 증가로 인해 대졸 근로자의 평균적인 능력이 하락한 점 등도 중요한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대학 입시에 있어서 쉬운 수능에 따른 효과도 상당한 것으로 관측되었다. 이러한 결과는 교육의 양적 확대, 교과과정 개편, 대학입시제도 등 제반 교육정책이 전반적인 근로자의 질은 개선하였을지 모르나, 가장 우수한 인력의 창의성 개발에는 오히려 부정적인 효과를 초래하였을 가능성이 높음을 시사하고 있다. 최근과 같이 창의적인 인력에 의한 부가가치 창출이 강조되는 경제환경에 비추어 볼 때, 이러한 최상위 노동력의 질적 개선을 위한 교육정책의 변화가 요구된다고 판단된다.



3. 맺음말


본 연구의 시사점은 다음과 같다. 종합적으로 본 보고서의 분석결과를 토대로 볼 때, 외환위기 이후 성장둔화는 상당히 영구적인 변화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된다. 그러나 외환위기 이후 한국경제의 성장성과는 국제적 기준에 비추어 그리 비관적으로만 볼 수는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본 보고서는 향후 한국경제의 지속성장을 위한 정책방향을 모색함에 있어 유념해야 할 점도 제시하고 있다. 먼저 중국경제의 부상이 외환위기 이후 한국경제에 부정적 요인보다는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하고는 있지만, 향후에도 이러한 패턴이 지속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는 사실이다. 한국경제가 기술 및 인적자원 등 요소부존 여건 측면에서 중국과 차별화될 수 있는 여건을 유지하지 못할 경우 중국의 고성장이 한국경제에 주는 위협요인은 다시 부각될 수 있다.

다음으로, 이러한 측면에서 최근 고학력 노동력, 특히 최상위 노동력의 질적 저하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은 매우 우려할 만한 일이라고 생각된다. 서비스업의 저생산성 문제가 개방, 경쟁, 규제 등의 정책적 측면에 기인하는 측면도 있겠지만, 특히 창의적인 고급노동력을 필요로 하는 서비스업의 경우 고학력 노동력의 질적 저하 경향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한국경제의 문제점을 개선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현재 한국경제의 성장을 뒷받침하는 요인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일도 이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본 보고서의 분석이 시사하는 바와 같이 만일 외환위기 이후 한국경제의 성장에 대중국 자본재 수출 및 국제분업체계로의 능동적 편입이 긍정적으로 작용했다면, 한중 무역관계를 안정적으로 유지시킬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을 마련하는 것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저자
0 1
같은 주제 자료 이 내용과 같은 주제를 다루고 있는 자료입니다.

같은 주제의 자료가 없습니다.


※문의사항 미디어운영팀 고정원 전문연구원 044-550-4260 cwkoh@kdi.re.kr

가입하신 이동통신사의 요금제에 따라
데이터 요금이 과다하게 부가될 수 있습니다.

파일을 다운로드하시겠습니까?
KDI 연구 카테고리
상세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