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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국가예산과 정책목표: 우리 경제의 선진화를 위한 정부역할의 재정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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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자 고영선(高英先) , 김광호(金光浩) , 김기완(金起完) , 김현욱(金炫旭) , 연태훈(延泰勳) , 유한욱(兪翰郁) , 윤희숙(尹喜淑) , 김종일(金鍾一) , 박창균(朴倉均) , 이영(李 榮)
  • 발행일 2007/12/31
  • 시리즈 번호 20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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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제1절 경제·사회여건의 변화와 정부역할의 변화

한국은 1960년대에 본격적인 정부주도의 성장전략을 추구한 이후 전 세계가 주목하는 경제성장과 사회발전을 이루었다.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국가들이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이룰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많은 논의가 있어 왔다. 시장친화적 견해(market-friendly view)에 따르면, 동아시아 국가의 성장에 있어 정부의 긍정적 역할은 시장의 형성과 효율적 작동을 촉진한 데 있었다. 반면 개발국가적 견해(developmental-state view)에 따르면, 경제개발 초기에 광범위하게 존재하는 자원동원·투자배분·기술습득 등과 관련한 시장실패를 정부가 효과적으로 시정하였기 때문에 빠른 성장이 가능하였다.

대내외 여건이 바뀜에 따라 정부의 역할은 끊임없이 재정립해야 할 과제이다. 현재 전 세계적인 추세는 공공서비스의 공급에 있어 민영화를 추진하는 한편 민간위탁 등의 시장형 기제(market-type mechanism)를 확대하고, 상품시장 및 금융시장의 자유화를 추진하는 동시에 원거리 방식(arm’s length principle)에 의한 규제체제를 도입하며, 재량적 거시경제운용을 제한하는 것으로 요약된다. 또한 사회정책에 있어서는 개인의 책임을 강조하고 공급자/구매자 분리(provider/ purchaser split) 등을 통해 정부와 시장 사이의 조화를 도모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경제위기 이전의 성장전략은 이러한 세계적 추세와 대척점에 있었다고 말할 수 있다. 즉, 정부는 개발국가적 관점에서 시장실패를 교정하기 위해 시장에 적극적으로 개입해 왔다. 이는 일정한 성과를 거둔 것이 사실이나, 기업 및 금융부문의 광범위한 부실, 재벌의 경제력 집중, 사회적 갈등과 불신, 거시경제의 불안정과 같은 문제를 낳았다. 또 시장과 反시장, 경쟁과 反경쟁의 대립구도에서 反시장 및 反경쟁이 우세한 모습을 보였다. 경제위기는 이러한 정부주도형 성장전략을 폐기하고 보다 시장친화적인 방향으로 정책기조를 바꾸는 중요한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위기를 맞은 지 10년이 흐른 지금 한국경제는 과거와는 매우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과거의 성장전략 가운데 우리가 지속해야 할 부분과 단절해야 할 부분에 대한 합의가 명확히 이루어지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과거의 성장전략이 거둔 일정한 성과는 수출진흥을 통해 기업들이 세계무대에서 경쟁에 직면하도록 만든 측면에 기인하는 바 크다. 이러한 연장선상에서 앞으로의 성장전략은 보다 과감한 시장경쟁의 확산 및 대외개방에 두어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중요한 점은 자본증가율이 경제위기 이전에 비해 둔화됨에 따라 한국경제의 지속성장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총요소생산성(total factor produc-tivity)의 증대에 기댈 수밖에 없게 되었다는 점이다. 선진국과의 기술격차 해소(catch-up)가 어느 정도 완료된 현 시점에서 총요소생산성 제고의 유일한 대안은 내재적인 혁신능력의 강화라 할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향후의 핵심적 과제는 상품시장의 경쟁 창달과 혁신금융기능의 확충에 두어져야 한다. 정부의 역할은 시장경제가 역동적ㆍ신축적으로 발전하도록 시장규율을 설정하고 집행하는 데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과거와 같은 정부의 직접적 개입과 간섭은 시장실패가 분명히 존재하는 부분으로 국한해야 할 것이다.

이와 더불어 재분배정책의 효과성과 효율성을 제고하고 거시경제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노력도 배가해야 한다. 또한 이런 역할을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정부의 핵심역량(core competence)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제2절 중소기업정책의 역할 재정립

지난 수년간 중소기업 지원에 대한 정책적 수요와 관심은 계속 증가해 왔다. 그러나 정책의 집행체계가 복잡하고 시책들이 중복된다는 지적이 있으며, 정책의 정체성과 효과성에 대한 의문과 부정적 인식도 증대하고 있다. 따라서 중소기업 지원의 논거에 비추어 정책이 우선적으로 해야 할 역할은 무엇이며, 앞으로 중소기업정책이 지향해야 할 방향은 어디에 있는가를 살펴보는 일은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중소기업 지원의 논거는 형평성의 관점과 정태적ㆍ동태적 효율성의 관점에서 찾을 수 있다. 형평성의 관점에서는 시장에서 박탈당하기 쉬운 경쟁기회를 중소기업에게 부여한다는 기회의 형평성, 중소기업은 사회적 약자이므로 지원한다는 사회적 형평성, 대기업에 대한 과거의 차별적 지원을 시정한다는 정책지원의 형평성 등이 논거로 제시된다. 정태적 형평성의 관점에서는 시장경쟁을 저해하는 대기업의 경제력 집중에 대응한 중소기업의 역할 제고, 정보불완전성에 따른 자원배분의 왜곡 교정, 생산활동 연관에 따른 외부효과의 교정 등이 제시된다. 그리고 동태적 효율성의 관점에서는 동태적 규모의 경제 달성, 동태적 정보 외부효과의 교정, 동태적 조정 외부효과의 교정 등이 제시된다.

본 연구는 이러한 논거를 평가하는 데 있어서 정책의 목표 및 설계와 정책의 수단 및 집행이 서로 부합하고 있는지 살펴보았다. 또한 논거에서 제시한 정책의 다양한 의도를 현재의 중소기업정책으로 추구할 수 있는지, 규모의 대소로 분류한 중소기업의 특성이 정책의 논리적 근거에서 상정한 정책대상의 특성과 일치하는지 등을 살펴보았다. 논거에 대한 검토결과, 형평성 측면에서는 중소기업에 대한 선별적 보호와 지원보다는 거시경제를 안정시키고, 공정거래질서를 확립하며, 각 정책을 수립할 때 중소기업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판단된다. 다음으로 시장실패에 대응한 효율성 측면에서는 모든 중소기업이 아닌 창업기업이나 사업전환을 통하여 새로운 사업기회를 모색하는 기업에 지원이 한정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현재 경제정책적 요소와 사회정책적 요소가 혼재되어 있는 불분명한 사업의 경우 그 목적을 명확히 하고 기업정책으로서의 중소기업 정책의 정체성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중소기업정책의 궁극적인 목표는 중소기업 관련 자원배분시장의 발전에 두어야 하며, 정책적 개입도 관련 시장 발전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최근의 혁신형 중소기업 육성정책은 기존의 산업정책과 중복될 가능성이 높으므로 중소기업정책은 창업 및 구조전환을 촉진시킬 수 있는 기업환경과 내부자원의 확충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보다 구체적인 정책방향은 다음과 같다. 첫째, 중소기업정책의 영역을 명확히 해야 한다. 또 지원의 대상은 창업초기 단계의 소규모기업으로서 현저한 시장실패를 경험할 가능성이 있는 기업이 되어야 한다. 둘째, 지원방식에 있어서 시장친화적 지원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중소기업 직접금융시장의 활성화 및 중소기업 신용평가기능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며, 신용보증제도에서도 시장기제의 확대가 필요하다. 셋째, 정책조정기능을 확충하고 집행체제를 개편해야 한다. 특히 중앙집권형 위계적 지원조직을 자치단체로 분산할 필요가 있다. 넷째, 미시적 선별을 위한 정책전달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기업과 대면하는 하부 정책전달기구의 자율성과 책임성을 제고하며, 개별적인 정책의 개발보다는 정책시스템의 개선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제3절 금융공기업의 개혁과 역할 재정립

금융공기업이란 전통적인 ‘정부의 역할’ 가운데 좁게는 ‘시장실패의 교정’, 보다 완화된 기준으로는 ‘거시경제의 안정화’로 요약되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시장개입 수단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종종 정부의 개입은 시장실패보다도 더욱 바람직하지 못한 결과를 초래하기도 하는데, 실물경제와의 폭 넓은 상호 연계를 가지는 금융시장의 경우 정부개입의 부작용이 보다 심각한 문제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향후 금융공기업의 역할 및 기능 재정립 방향을 설정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금융공기업의 설립목적이 달성되었는지에 대한 객관적 판단이 우선될 필요가 있다. 또 정부의 개입을 통해 보완될 필요가 있는 새로운 시장실패 요인이 현재의 금융시장에 존재하는가를 점검하고, 기존 금융공기업에 대한 민영화 방안과 역할 재정립 방안 간의 장단점을 비교해야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본고는 금융공기업에 대한 기존의 논의를 정리하고 해외의 개혁사례를 살펴본 후에, 한국산업은행, 중소기업은행, 수출입은행의 현황을 평가하였다. 그 결과는 다음과 같이 요약될 수 있다.

첫째, 한국산업은행과 중소기업은행은 본래의 설립목적 중 적어도 핵심적인 사안들에 대해서는 이미 목적을 달성한 것으로 판단되었다. 따라서 이 두 은행에 대한 개혁방안은 민영화가 기본대안인 것으로 전제한 이후 추가적인 논의를 전개하는 것이 필요하다. 동일한 맥락에서, 설립목적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고 민간금융기관과도 직접적 경쟁상태에 있는 업무는 금지하고, 관련 자회사들은 민영화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아 정책방향을 수립해야 한다. 금융공기업의 역할은 민간금융기관의 역할을 보완하는 데 국한하고, 민간이 할 수 있는 일은 민간에게 맡긴다는 대원칙하에서 이러한 선별작업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둘째, 현시점에서 국책은행의 역할 재정립과 관련하여 제기되고 있는 ‘시장실패’ 영역, 예를 들어 ‘국내 투자은행산업 발전 지원’과 같은 분야가 과연 금융공기업이 필요한 시장실패 요인인지에 대해 보다 신중한 판단이 요구된다. 투자은행을 금융공기업의 자회사로 운영한다고 하더라도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또한 고위험·고수익을 추구하는 투자은행의 본질과 위기 시 시장안정판의 역할은 양립하기 어려운 명제일 것으로 판단된다.

셋째, 전술한 두 가지 논거에 입각하여 판단할 때, 한국산업은행 및 자회사 업무 중의 상당 부분은 명확한 계획과 과정을 통해 민영화를 추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중소기업은행의 경우에는 정부도 이미 민영화를 추진방향으로 확정한 것으로 보이기는 하지만, 향후의 일정과 방안에 대한 보다 확실한 계획이 제시되어야 할 것이다. 일본의 경우, ‘정책금융개혁추진본부’를 설치하는 한편, ‘정책금융기관 개혁법’을 제정하여 구체적 일정과 방안을 담은 프로그램을 확립하여 추진하고 있음을 참조할 필요가 있다.

넷째, 민영화의 방식과 관련해서는 현 수준의 금산분리 원칙 유지, 그리고 독립적이고 투명한 지배구조의 구축을 전제로 판단할 때, 주식시장에서의 공모(IPO) 방식 등을 통한 기존 정부지분의 소유분산적 매각방식이 가장 바람직할 것으로 판단된다.

끝으로, 시장실패로 말미암아 금융공기업을 통한 정부의 시장개입이 지속되어야 할 것으로 판단되는 분야라고 하더라도, 유사한 기능을 수행하는 정부 및 유관기관 전체를 대상으로 업무분장이나 조직병합 가능성을 보다 심도 있게 검토하여 향후의 개편방안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제4절 정부연구개발투자의 현황 진단과 효과적인 투자방향 모색

우리나라의 총 연구개발투자는 지난 20여년간 지속적으로 증가하여 2005년 현재 24조 1,554억원(GDP의 2.99%)에 이르렀으며 이 중 민간투자가 76%를 차지하고 있다. 본 연구는 민간부문이 총 연구개발투자를 주도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 연구개발투자의 현황을 진단하고, 향후 효과적인 투자방향을 모색해 보는 것을 주 목적으로 한다. 또한 최근 들어 기존의 추격형 경제에서 벗어나 혁신주도형 경제로의 전환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 연구개발 부문의 정부/민간의 역할분담 방안을 시론적으로 모색해 보고자 하였다.

본 연구는 정부 연구개발투자와 관련된 이론적·실증적 쟁점들을 검토한 후, 정부 연구개발투자의 최근 추이와 특성을 OECD 데이터를 기초로 국제비교하고, 정부와 민간 연구개발투자의 기술·산업분야별 분포 패턴을 비교·분석하였다. 또한 연구개발투자의 산출물인 논문과 특허를 중심으로, 연구개발 수행 부문별로 연구산출에서의 차이가 존재하는지, 그리고 민간기업체에 대한 정부·공공재원의 투입이 특허산출을 지표로 한 연구개발 산출에서의 차이를 가져오는지를 실증분석하였다.

우리나라의 정부 연구개발투자는 여타 OECD 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개발연구에 집중적으로 투자되고 있으며, 경제사회목적(socio-economic objectives)별로도 경제발전(economic development) 목적 연구에 50% 이상이 투입되고 있어 타 OECD 국가와 큰 대조를 이루었다. 또한 정부/민간 연구개발투자는 공히 전기/전자, 기계/재료 등 소수 기술분야에 집중되어 있으며, 이 분야 정부투자 역시 개발연구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개발 산출물을 연구부문 간에 비교분석한 첫번째 실증분석 결과에 따르면, 연구개발비나 기초 또는 개발연구비 비중이 통제되었을 경우에 공공연구소는 대학에 비해 논문 생산이 저조하였으며, 특허출원 면에서도 공공연구소는 기업체에 비해 낮은 산출을 보여주었다. 이는 주로 국공립시험연구기관에 의한 효과로 보인다. 이는 물론 각 연구부문이 처해 있는 상이한 연구환경에 기인한 측면도 있지만, 공공연구소의 연구개발활동을 보다 효율화해야 할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정부·공공재원 투입에 의한 기업체 특허 산출효과를 분석한 두번째 실증분석 결과는 대체적으로 기업체 연구비 중 정부·공공재원 비중이 증가할수록 특허출원건수도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기업유형별로 구분하여 살펴본 결과, 이 효과는 중소기업의 경우에는 뚜렷하지만 대기업이나 벤처기업에서는 유의미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본 연구 결과는 다음과 같은 정책적 시사점을 제시하고 있다. 첫째, 우리나라의 연구개발투자는 경제규모에 비해 적은 편이 아니며 향후에는 투자확대 못지 않게 투자의 효율화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둘째, 정부 연구개발투자는 기초연구 및 공공적 성격의 연구와 높은 초기투자비용, 기술개발의 고위험성으로 인해 민간부문의 투자회피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원천기술(generic technology) 분야에 초점을 둘 필요가 있다. 셋째, 정부 연구개발투자의 50% 이상이 투입되고 있는 공공연구소의 연구효율성 제고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넷째, 민간기업을 대상으로 한 정부 연구개발지원은 지원의 효과가 보다 뚜렷한 중소기업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으며, 기업 자체의 연구개발투자를 촉진할 수 있도록 효과적인 지원 메커니즘의 개발이 필요하다.


제5절 의료부문의 정부역할 재정립

의료부문의 정부역할 변화를 살펴보면, 모두가 일정 수준의 의료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게 해주는 제도가 중요했을 때에는 정부의 가부장적 역할이 강조되었던 반면, 질 높은 서비스가 요구되고 재정압력이 심각해지는 시점에는 효율화를 통해 재정부담을 줄이려는 노력이 강화되었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필수적인 공적기능을 유지하고 공적영역의 근본적인 목표를 차질 없이 수행하면서도 공적지출의 규모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1980년대 이후 각국은 기존에 정부가 수행하던 역할 중 필수적인 부분을 유지하되, 민간으로 이양할 수 있는 부분은 정리하는 정책을 추진하여 왔다. 특히, 의료시스템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① 의료서비스 공급과 ② 의료보험 등 재원조달체계의 양 부문에서 공공/민간 간의 지형 변화가 목격되고 있다. 정부의 직접적 서비스 공급은 일부의 영역을 제외하고는 효율적이기 어려우며, 정부는 필수적인 서비스가 국민에게 제대로 공급되도록 재원 측면에 개입하는 방법이 더 효과적이라는 것에 이제는 대체적으로 합의가 이루어져 있다.

이에 관한 우리나라의 정책방향을 살펴보면, 서비스 공급 측면에서는 국제적 추세와 달리 정부의 직접적인 의료서비스 공급이 강조된 반면, 만성질환관리나 예방 등 민간이 담당하기 어려워 정부역할이 절실히 요구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대응이 미흡했다고 평가된다. 재원조달 측면에서는 공적보험 보장범위를 확대하려는 노력이 강조되고 있으나, 구체적인 방향이나 원칙이 정립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많은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그런데 선진국의 경우에는 이미 오래 전에 국가의 역할이 정립되어 확대되는 과정을 겪은 후 최근 들어 효율화를 추구하고 있는 데 반해, 우리는 공적부문의 틀을 확립하는 과제와 효율화의 과제를 동시에 수행해야 하는 어려움을 안고 있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우리가 풀어야 하는 추가적인 난제인 공적부문의 기초 확립을 위한 정책과제로서 ① 공적재원 조달에서의 형평성 제고와 ② 공적/민간시스템의 영역구분과 상호역할의 설계에 대해 데이터를 활용하여 살펴보았다.

데이터 분석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지역가입자 가구 가운데 고령자가 포함된 가구가 7.4%인 반면, 직장의 경우 이 수치가 41.3%에 달하고 있어, 직역 간 보험료 산정방식의 차이를 이용한 무임승차(free-riding)의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직역 간의 경제력 차이가 뚜렷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국고보조금이 지역가입자의 보험료 보조에 투입되고 있어, 제도적인 불평형요인이 존재하고 있다. 따라서 이들 문제를 보완하기 위한 제도적 조치가 시급하다. 둘째, 적어도 현재는 민간보험이 공적보험에 미치는 부정적 외부성이 강하다는 근거를 발견할 수 없었다. 그러나 의료이용의 기회비용이 큰 민간보험 가입자들이 노동시장에서 퇴출하기 시작할 시점에 의료이용이 급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는 어려웠다. 또한 민간보험이 확대됨에 따라 공급자 유인수요(supplier-induced demand)의 문제가 심화될 가능성도 있다. 이는 공적보험과 민간보험의 관계를 분리와 견제보다 협조의 관계로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결론적으로,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의료시스템을 확립하는 것이 현단계에서 요구되는 정부역할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시스템의 근간인 공적보험의 비용분담구조를 공평하고 효율적으로 확립하고, 민간부문과의 적절한 협업관계를 정리하는 것이 시급하다.


제6절 교육시장에서의 정부역할과 개선방향

교육시장에 있어서 정부의 역할은 크게 기회 형평성 제고와 시장실패 보정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공평하게 제공하는 것은 사회통합과 번영의 선순환을 이끌어 낼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수단으로서 이를 위한 정부의 역할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또 정부는 초·중등 교육이 지닌 사회화라는 기능, 고등교육 단계의 교육/연구가 지닌 외부성, 인적자본 투자를 위한 차입시장의 불완전성 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시장실패를 보정하는 역할을 수행하여야 한다. 물론 정부의 개입이 정부실패라는 비용을 수반하고 있음을 감안하여 정부의 규제 범위와 수준은 결정되어야 한다.

교육시장에 있어서 우리나라 정부의 역할이 적정하였는가를 평가하기 위해서 두 가지 접근방식을 취하였다. 먼저 장기적인 시각에서 교육정책을 조망하였다. 우리나라의 교육정책은 1995년 5·31 교육개혁을 통해 다양화·자율화로 그 방향이 설정되어, 대학설립 준칙주의 도입, 자립형 사립고 시범 도입, 특목고 확대, 학교운영위원회 도입·운영이 추진되었다. 그러나 설정된 목표와 반대되는 방향의 교육정책들이 실시되기도 하였는데, 대학입시에 있어서 대학 자율성을 제약하는 여러 조치가 취해졌으며, 중등교육의 다양화를 억제하려는 정책이 실시되기도 하였다. 이러한 정책적 혼란은 평준화 정책과 다양화·자율화 원칙을 어떻게 상호 부합하는 형태로 체계화할 수 있는가에 대한 이해와 합의가 부족함에 기인하는 것이다.

정부 정책의 적정성을 평가하기 위해 취한 또 다른 접근방식은 국제비교이다. 초·중등교육에 있어서 거의 모든 선진국들의 경우 정책의 중심은 보편교육에 있으며, 운영에 있어서 단위학교의 자율성과 책무성이 강조되고 있다. 최근 미국·독일·일본 등 여러 선진국에서 추진되고 있는 학교 책무성 강화정책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편, 고등교육체제는 크게 유럽체제·영국체제·미국체제의 세 가지로 대별될 수 있는데, 이 중 미국의 고등교육은 수월성과 형평성을 함께 추구하는 시장친화적인 체제에 기반하고 있다. 형평성은 커뮤니티 칼리지, 주립대학, 정부의 학생에 대한 다양한 학자금 지원 등을 통해서, 자율성·책무성과 수월성은 주립대학의 법적·실제적 독립성, 사립학교의 자율성과 시장경쟁을 통해서 추구되고 있다.

대학을 포함한 정규교육의 양적 확대가 최종단계에 접어든 현 시점에서 우리나라의 교육은 종래와 다른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이제는 양적 확대에서 ‘다양성·자율성을 존중하는 질적 개선’으로 그 패러다임이 전환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 교육정책의 기조를 분권화, 개방화, 성과중심, 선별지원을 통한 기회형평성 보장으로 변화시켜야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초·중등 교육에 있어서 여러 가지 형태의 학교 선택권이 강화되고, 교사들의 유인구조가 개선되고, 단위 학교의 자율과 책무성이 제고되어야 한다. 또 교육 관련 정보가 투명하고 접근이 용이한 형태로 제공되어야 하며, 일반 지자체의 역할이 강화되어야 한다. 고등교육체제에 있어서는 재정지원 방식을 기관단위 지원에서 학생 또는 연구자(팀)에 대한 지원으로 변화시켜야 하며, 규제개혁과 경쟁촉진을 통해 대학의 자율성과 책무성을 제고하여야 한다. 한계대학들의 경우에는 퇴출 유인이 제공되어야 하며, 국립대학 법인화 및 통폐합, 국공립 전문대학 체제의 정비, 총장 선출 방식 개선 등 지배구조의 개선 또한 이루어져야 한다.


제7절 저소득층을 위한 근로연계복지제도 정비방안

선진 각국은 자국의 사회보장제도가 지속적으로 확대됨에도 불구하고, ‘보충급여’라는 사회보장급여의 태생적인 한계로 인해 수급자들의 근로의욕 저하현상이 심화됨에 따라 복지의존도 증가와 빈곤함정 상존이라는 문제에 공통적으로 직면하게 되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하여 전통적인 복지의 개념을 근로연계복지 개념으로 전환하였고, 이에 따라 기존의 최저생활보장제도에서 근로유인을 보강하거나 혹은 근로의욕을 제고하는 추가적인 EITC형 소득보조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근로연계복지 개념이 투영된 자활근로사업이 기초생보제 테두리 안에서 시행되고 있고, 2009년부터는 미국의 EITC를 벤치마킹한 근로장려세제가 시행될 예정이다. 본 연구에서는 독립적인 이 두 제도가 차상위 근로계층을 공동의 대상으로 설정하고 있고 자활의욕 혹은 근로의욕 제고라는 유사한 정책목표하에 시행된다는 점에 주목하고, 효과적인 정책조합 관점에서 양 제도의 정비방향을 제시하였다. 본 연구의 의의는 저소득층을 위한 근로연계복지 관점에서 차상위층을 주요 대상으로 하는 자활근로사업과 근로장려제세의 효과적인 정책조합을 모색한 최초의 정책연구라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먼저 지금까지의 사업성과 관련 자료들을 바탕으로 한 실증분석을 통해 자활근로사업의 성과를 정략적으로 평가하고, 근로장려세제 시행안에 대해서는 제도의 구성요소들과 기대효과를 중심으로 개략적인 제도적 평가를 수행하는 한편, 최적화이론을 통해 근로장려세제를 어떠한 방식으로 설계해야 하는가를 살펴보았다. 평가결과에 따르면, 자활근로사업이 취업·창업 등의 빈곤탈출에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경향이 있고 자활촉진이라는 정책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사업의 대폭적인 정비가 필요하다. 한편 근로장려세제 시행안은 점증률과 점감구간 소득상한이 최적수준보다 상당히 낮게 설정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고, 노동공급 증대라는 정책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제도의 구성요소들이 재정비될 필요가 있음을 밝혔다.

두 제도 간의 효과적인 연계를 위해서는 각각의 제도를 정책목표에 맞게 정비하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 먼저 자활근로사업에 대해서는 차상위층의 참여범위를 시장진입형 사업에 국한시키고 근로유지형에 대해서는 수급기간을 제한하는 것이 필요하다. 근로장려세제에 대해서는 점증률을 점감률보다 높게 설정하여 노동공급 증대효과를 극대화하는 한편, 가구원 수별/취업형태별 소득분포를 정확히 추정하여 각 그룹에 적합한 급여구조를 차등적으로 적용해야 한다. 한편, 두 제도 간의 효과적인 정책연계를 위해서 각 제도의 주력대상을 달리해야 한다는 역할분담원칙을 제시하였다. 즉, 자활근로사업은 차상위층 중에서 상대적으로 근로능력이 취약한 자들을 주력대상으로 하여야 하고, 근로장려세제는 근로능력은 충분하나 근로의욕이 부족한 차상위층을 주력대상으로 설정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각 제도와 적용대상 간의 불일치(mismatch)를 보정하는 장치를 마련하는 차원에서 중복적용을 허용하여 차상위층으로 하여금 두 제도 중 각자의 여건에 맞는 제도를 선택하게 하고, 자활사업 참여로 저임금을 적용받는 근로능력 취약층에 대해서는 근로장려세제를 통한 추가적인 임금보조를 허용하여 효과적인 빈곤탈출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양 제도를 연계하여 운용하는 것이 필요함을 지적하였다.


제8절 정부부문의 전문성 제고를 위한인사제도의 개선

정부역할의 재정립에 관한 논의에 있어 전제될 것은 그에 부응하는 정부역량의 구축이다. 정부역량 중 특히 중요한 것으로 정책입안 및 집행능력을 들 수 있는데, 입법부의 취약한 정책입안능력으로 인해 행정부 주도 입법의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의 경우 정책입안능력의 중요성이 더욱 크다고 할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우리나라의 정부역량은 만족스럽지 않은 것으로 나타난다. WEF의 공공기관지수, IMD의 정부효율성순위, World Bank의 거버넌스지수 등의 지표를 통해 나타난 우리나라 정부부문의 경쟁력은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으로, 정부부문의 역량부족이 경제성장을 저해하는 요인이라는 지적이 대두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 관련하여 흔히 지적되는 것이 공무원의 역량부족, 특히 전문성부족인데, 우리나라에서 공무원으로 유입되는 인력의 질적 우수성을 고려할 때 문제의 원인과 해결의 실마리를 개개인의 역량보다는 구조적 문제에서 찾는 것이 타당하다. 본 연구에서는 과도한 순환보직으로 인한 잦은 보직이동을 전문성 저해의 핵심요인으로 보고 이에 대한 심층적 분석을 시도하였다.

순환보직의 현황을 살펴본 결과, 우리나라 과장급 이상 공무원들이 한 보직에 평균적으로 재직하는 기간은 1년 남짓으로 주요 선진국에 비해 훨씬 짧았으며, 이는 업무의 잦은 인수·인계에서 오는 비효율 및 업무공백, 전문성 축적의 기회 감소, 책임감 저하, 정책의 일관성 및 연속성 결여 등의 여러 문제를 야기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러한 폐해는 특히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외교·통상분야에서 크게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문제의 개선을 위해서는 전문성을 고려하는 보직이동, 전보 범위의 축소, 전보제한기간의 강화 등이 이루어져야 한다. 하지만 현재의 과도한 순환보직이 근본적으로는 연공서열제에 기반한 계급제에 기인하므로 장기적으로는 공직분류제도를 계급제에서 직위분류제로 바꿔나가야 할 것이다. 과도기적으로는 계급제에 직위분류제적인 요소를 늘여 전문성 축적의 유인을 높이고 직위와 직급을 분리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 현재 도입단계에 있는 경력개발제도 또한 전문성 제고에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

본 연구에서는 순환보직을 보다 체계적으로 살펴보기 위해 간단한 이론적 모형을 통한 분석을 시도하였다. 분석 결과 하위직에서 다양한 업무를 순환하며 경험하여 적성을 발견한 후 그에 근거하여 중상위직에서 한 분야에 장기재직함으로써 전문성을 쌓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결론을 얻었다. 이는 현재 도입단계에 있는 경력개발제도의 구조와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 모형을 통한 이러한 분석은 본 연구를 인사제도의 개선에 관한 기존의 행정학적 연구와 차별성을 갖게 한다. 앞으로 이 분야에 있어서 보다 많은 학제 간 연구의 진행이 기대된다.

한편, 주요 해외국의 공무원 인사제도를 살펴보면 몇 가지 두드러지는 경향이 나타난다. 첫째, 계급제와 직위분류제를 채택한 나라들이 각각 다른 제도의 장점을 취하는 과정에서 공직분류제도가 혼합양상을 띤다. 둘째, 인사운용에 있어 전문성과 실적주의가 강조된다. 셋째, 분권화를 통해 각 부처가 자율적으로 인사운용을 맡는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러한 방향으로의 변화는 이미 일어나고 있다고 평가되나 전문성 강화와 관련하여 이러한 흐름이 더 가속화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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